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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상 12년만의 방미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중 정상간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중국 정상의 미 국빈방문은 미.중관계의 개선은 물론 21세기 신국제질서 재편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는 또 한반도를 비롯, 동아시아 안보문제가 논의 대상에 오를 것이 분명해 비상한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11월2일까지 미국 순방에 나서는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가 갖는 의미와 전망등을 짚어본다.

江주석의 방미는 한마디로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악화됐던 미.중관계를 사태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켜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미국 또한 중국의 이같은 노력에 동참할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이기도 하다.

천안문 사태는 미국에 대중정책의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

사태 이후 중국의 인권문제.종교탄압등은 줄곧 미.중간의 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중국은 갈수록 미국에 있어 결코 '방치' 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의 국민총생산이 1백40% 증가하고 또 지난해 대미무역흑자는 3백95억달러에 달할만큼 중국의 경제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또 이같은 경제력을 기초로 군사적 증강을 계속, 동아시아에서는 물론 태평양.걸프지역등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더이상 현재까지와 같은 어정쩡한 상태로 놓아두어선 안될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집중적으로 대중 정책을 점검해왔다.

그 결과 내린 판단이 중국에 대해 '포괄적 개입정책' 을 기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즉 중국을 적으로 삼기보다▶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유도하고▶미국이 상정하는 시장경제와 정치다원주의를 지향토록 하는등 '동반자' 관계로 이끌어나가는데 있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江주석 방미가 천안문 사태 이후 악화된 양국관계를 복원하고 장차 양국간 최고위급 상호 방문의 물꼬를 트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미.중이 '21세기를 대비한 건설적 동반자 관계' 로 자리잡게 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를 '가상의 적 (敵)' 으로 간주해오던 인식에서 탈피, 대화와 협력 강화로 양국관계를 정상적 궤도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이미 江주석 - 클린턴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으며 고어 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내년중 중국 총리의 방미가 실현되도록 노력중이다.

중국은 특히 대만문제에 있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코자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는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직.간접적인 지지 차단, 대 (對) 대만 무기수출 억제등에 있어 미국측의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려 들 태세다.

또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가입 문제를 완전타결하고 지난 84년 협정체결 이후 아직까지 실시되지 않고 있는 미국의 평화적 핵기술 이전도 얻어내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들어서만도 여섯차례에 걸쳐 미국과 외무장관 회담을 가져왔으며 이와 함께 미국측이 요구해온 인권개선을 위해 웨이징성 (魏京生) 등 대표적 반체제인사의 석방을 적극 검토중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 상호 방문 재개및 대화.협력 강화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실현시키기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며 중국 역시 거대한 미국시장 확보와 미국의 자금및 기술 확보, WTO 가입등에 있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양국 정상은 이란에 대한 중국의 미사일 수출 금지 언약, 해상사고 방지를 위한 협약, 양국간 원자력협력 합의 이행등 구체적 사안에 합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베이징 = 길정우.문일현 특파원

(미국·중국 관계 주요일지)

▶71년7월 : 키신저 대통령특별보좌관 비밀방중

▶72년2월 : 닉슨 대통령 방중

▶75년12월 : 포드 대통령 방중

▶79년1월 : 미.중 국교정상화. 덩샤오핑 (鄧小平) 부총리 방미

▶84년1월 : 자오쯔양 (趙紫陽) 총리 방미

▶4월 : 레이건 대통령 방중

▶85년7월 : 리셴녠 (李先念) 주석 방미

▶89년2월 : 부시대통령 방중

▶94년11월 : 말레이시아 APEC회담에서 클린턴.江주석 회담

▶96년3월 : 중,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 미, 항모파견

▶97년2월 :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 덩샤오핑 조문 방중

▶3월 : 앨 고어 부통령.깅그리치 하원의장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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