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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7.가야곡 왕주…술잔에 담긴 조선의 향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충남논산시가야곡면육곡리. 대전등 대처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30여분 거리. 주위에 논.과수원등이 많아 전형적인 농촌마을임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고장이다.

가야곡은 백제시절 오방 (五方) 의 하나인 득안성 (得安城) 외곽에 위치, 수도 부여를 지켰던 곳이었다.

이런 까닭에 왕의 신임을 받았던 백제의 귀족인 부여 서씨가 대거 이곳에 터를 잡았고 벼슬부락으로 불렸다.

가야곡내 골짜기는 큰골.작은골.서풍골.육골.지청골.참나무골등 6개. 부여 서씨들은 이 골짜기들을 지키며 천년 백제를 꿈꿨을 것이다.

왕주 (王酒)가 백제의 땅 가야곡에서 빛을 발하기까지는 천년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가야곡에서 8년째 왕주를 빚어온 남상란 (50) 씨. 남씨가 빚는 왕주는 조선시대 태종.숙종.고종의 왕비를 배출했던 여흥 (현재 경기도여주) 민씨가 빚던 술이다.

남씨는 친정어머니 도화희씨로부터, 도씨는 친정어머니 민재득씨로부터 술빚는 법을 전수받았다.

왕주는 바로 민씨일가가 왕실에 술을 진상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님이 즐겨 드시는 왕주를 자신이 빚곤 했다는 남씨. 논산의 양조장집 며느리로 시집온 남씨는 왕주에 걸맞은 맑은 물을 수년간 찾은 끝에 지난 90년 이곳 가야곡을 선택했다.

왕주는 야생국화.구기자.솔잎이 누룩.엿기름과 어울려 소주와 맥주의 중간인 알콜농도 13도의 취기를 전달한다.

왕주는 요즘 한창 민물에서 바다로 이동하는 참게와 궁합이 맞다고 한다.

배가 풍성하게 매달린 과수원을 지나 들른 한 음식점. 이곳에서 만난 조병구 (41) 씨는 가야곡의 맛자랑에 열을 올린다.

“국화향 가득한 왕주를 참게탕을 안주 삼아 한잔 두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조선시대 유학자인 서익 (徐益)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행림서원. 행림서원 입구에 세워진 은행나무는 1백년간 선비의 지조와 풍류를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다.

요즘은 선선한 가을 술맛을 찾는 애주가들의 명당자리이기도 하다.

백제의 땅에 조선의 술담그기가 천년만에 궁합을 맞춰 탄생시킨 가야곡 왕주. 가야곡엔 요즘 고된 한해 농사를 마친 농민들의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송명석 기자

<왕주는…>

▶특징 = 엿기름.국화가 들어가 첫잔을 마실 때 거부감이 없다.

저온살균 처리로 1년간 보관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재료.효능 = 찹쌀을 찐 고두밥에 누룩.야생국화.솔잎.구기자.매실등을 섞어 덧술을 만든다.

다시 덧술과 밑술을 혼합해 숙성시킨다.

빚는 기간은 총 1백일로 다른 민속주에 비해 숙성기간이 길다.

두통.숙취가 없는 술로 알려져 있다.

▶가격.문의 = 2천5백원 (3백60㎖)~6천원 (7백㎖) .가야곡왕주 (0461 - 741 - 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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