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김대중총재 수사요구에 신중한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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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에 대한 신한국당의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에도 신중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17일 고발장에 대한 사건번호 부여및 주임검사 배당등 본격 수사 착수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이를 '통상절차에 따른 처리' 라고 강조했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서울지검에 고발장을 내려보내 정식 사건화하는 작업을 다소 늦췄다.

따라서 수사 주체는 1~2일후 결정될 전망이다.

이같은 신중한 행보는 신한국당의 고발로 검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수사 착수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공정한 심판자' 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박순용 (朴舜用) 대검 중수부장은 "오늘 고발장을 (서울지검에) 내려보내면 국민들이 마치 검찰이 (고발을) 기다렸다는 듯이 후다닥 내려보냈다고 하지 않겠냐" 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은 늘 통상적인 고발사건 처리절차를 염두에 둘 것" 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진짜 고민은 수사팀 선정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수사 주체로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를 놓고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맡을 경우 지난 3월 한보사건 수사때와 마찬가지로 사건처리 결과에 대한 책임이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뇌부에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서울지검은 수뇌부가 한발짝 떨어져 있다는 점과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민감할 수 없는 사안을 한숨 가라앉혀 수사 실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한때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고 말해 대검 중수부가 직접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선 이같은 검찰의 신중한 자세가 엄정 중립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외견상 노력일뿐 내부적으론 '수사 불가피' 입장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수사계획을 입안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발을 정점으로 검찰의 고민은 '수사를 하느냐, 안하느냐' 에서 '수사가 되느냐 (金총재의 혐의가 입증될 것인지의 여부를 말함) , 안되느냐' 로 넘어갔다" 며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료검토 작업을 진행했으며 신한국당의 고발장에도 언론보도 내용 이상의 것이 일부 담겨진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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