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주민 2명 북한군이 납치…송환 시일 걸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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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무장군인 12명이 17일 오전11시45분쯤 경기도파주시 대성동마을 부근 비무장지대내 군사분계선 (MDL) 을 넘어와 우리 주민 2명을 납치해 갔다.

피랍된 주민은 대성동마을 동장 김근수씨의 부인 홍승순 (66) 씨와 아들 김용덕 (41) 씨다.

국방부 조사결과 이들은 동네의 다른 주민 3명과 농삿일을 하다 도토리를 줍기 위해 인근 야산으로 들어갔다 MDL을 넘어온 북한군에게 끌려갔다.

북한군의 우리 주민 납치과정에서 남북간에 교전은 없었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사 작전통제하에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 2명의 주민을 납치했다" 고 확인했다.

사건발생후 군사정전위의 유엔군측 비서장인 토머스 라일리 대령과 북한측 유영철 상좌는 이날 오후4시40분부터 1시간20분동안 비서장급 회의를 열었으나 송환문제에 성과를 얻지 못했다.

회의에서 유엔사측은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만큼 조속한 송환을 요구했으나 북한측은 우리 주민 2명을 조사한뒤 송환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우리 주민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관계자는 "북측이 조사를 벌이겠다고 한 만큼 주민송환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

비서장회의에 앞서 북한군은 군사정전위를 통해 납치된 주민을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국방부는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주민들을 송환할 것을 요구한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평화로운 영농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인 만큼 신속한 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 고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는 상황이 발생하자 위기조치반을 가동,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JSA경비소대를 현장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

주민들이 납치된 지역은 판문점에서 동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곳으로 유엔사가 관할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75년 8월26일 대성동마을 주민 김세유 (당시 23세) 씨를 납치, 의거입북이라며 돌려보내지 않은 바 있다.

김민석·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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