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군인,군사분계선 넘어와 우리주민 2명 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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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무장군인들이 17일 판문점 부근 군사분계선 (MDL) 을 넘어와 우리 주민 2명을 납치해 갔다.

북한 무장군인 12명은 17일 오전11시45분쯤 경기도파주시군내면 대성동 마을 부근의 비무장지대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대성동 마을 주민 2명을 납치해 북으로 데려갔다.

납치된 주민은 대성동 마을 동장 김근수씨의 부인 홍승순 (67) 씨와 아들 김용복 (37) 씨로 논에서 영농작업을 하다 인근 야산에서 도토리를 줍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사 작전통제하에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 2명의 주민을 납치했다" 고 공식 확인했다.

유엔사는 또 "북한측의 제의에 따라 판문점으로 급파된 유엔사측 군정위 비서장인 토머스 라일리 대령과 북한측 박임수 대좌가 이날 오후4시30분부터 비서장급 회의를 열어 남한 주민 2명의 송환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고 발표했다.

유엔사는 북한측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도 조사중이다.

북한군은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통해 납치된 주민을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유엔사는 밝혔다.

그러나 북한측은 17일 오후6시 현재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군측과 교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측이 납치해 간 우리 주민 2명을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송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결과 북한군에 납치된 2명은 동네의 다른 주민 3명과 농사일을 하다 도토리를 줍기 위해 야산으로 들어갔다가 MDL을 넘어온 북한군에게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는 상황이 발생하자 위기조치반을 가동,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JSA경비소대를 현장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사건발생 사실을 보고받고 "빈틈없는 대책을 세우라" 고 지시했다.

주민들이 납치된 지역은 판문점에서 동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곳으로 유엔사가 관할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75년 8월26일 대성동 마을 주민 김세유 (당시 23세) 씨를 납치, 의거입북이라고 돌려보내지 않은 바 있다.

김민석·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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