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전화사 대주주 경영참여 제한 … 통신사업법 싸고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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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가 민간 전화회사의 대주주 경영참여를 배제하는 법안을 확정해 입법예고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해당 출자기업들이 강력히 반발, 법정투쟁으로 맞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하나로통신.온세통신등 신규전화회사의 지배주주 경영참여 제한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이번주중 입법예고할 예정인데 대해 출자기업들이 탄원서 제출은 물론 헌법소원까지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예고될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사업의 공공성을 이유로 '지배주주및 특수관계자' 는 비상임이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했는데 이에 대해 출자기업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출자기업들은 "상임이사를 주주총회가 아닌 경영진추천위원회등 별도기구에서 선임하도록 해놓고 비상임이사 진출마저 봉쇄한다면 돈만 내고 허수아비 노릇만 하란 말이냐" 며 정부측을 비난했다.

현대.LG등은 전경련을 통해 "공기업민영화가 세계적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기업도 아닌 민간출자기업을 공기업화하려는 것은 부당하다" 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에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기업이 출자기업의 경영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침해라는 차원에서 헌법소원 제기도 검토중이다.

삼성.현대.대우.SK텔레콤.한전등 하나로통신 주주업체들은 지난달 25일 정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4백20억원씩 출자하고서도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호익 (石鎬益) 정통부 정책심의관은 이 자리에서 "공익성이 강한 전화사업의 경우 소유.경영의 분리는 불가피한 조치" 라고 말해 당초 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주주업체들은 소유.경영 분리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문제지 정통부가 법에 의해 규제할 일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고려.고합.동아.롯데.아세아시멘트.일진.한라.해태등 온세통신의 8개 대주주사는 지난 9일 정통부에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정통부는 ▶공공성이 강한 통신회사의 경우 소유.경영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고▶민간기업 주주들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의 해임 권고권이 있으므로 사실상 경영참여의 길을 터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출자기업들은 ▶한국통신같은 공기업이면 몰라도 민간기업에 소유.경영분리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고▶소유.경영분리가 주주의 경영참여를 배제하는 것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해임 권고권도 경영진에 대한 충분한 견제장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민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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