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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뒤의 진실 비판적 해부 책 2권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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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본주의의 꽃' '소비사회의 신화' 로 불리는 광고. 길거리에서, 신문에서, 방송에서, 그리고 인터넷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는 광고. 광고가 빠진 현대사회는 이제 상상조차 힘들다.

그러나 광고는 광고일 뿐. 그곳에는 상품판매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

즉 광고와 현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뜻. 다음주 나올 '오리엔탈리즘의 해체와 우리 문화 바로 읽기' (소나무刊) 와 '광고, 거짓말쟁이' (살림) 는 매일같이 매스컴에서 쏟아지는 광고의 허실 (虛實) 을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종전의 광고책이 제작분야를 다룬 실용서 중심이었다면 이 책들은 광고와 문화, 광고와 사회의 관계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비판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우선 연세대강사 우실하 (사회학) 씨의 '오리엔탈리즘…' 은 한국 광고의 서구지향적 태도를 성토한다.

'오리엔탈리즘' 은 팔레스타인계 지식인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을 질타한 말. 저자는 이 개념을 빌려 오히려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서양 해바라기' 자세를 개탄한다.

우리 문화의 주체성 상실을 경계하자는 것. 이탈리아.영국 등 서구에 대한 근거없는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옷광고, 국적불명의 외국어가 판치는 과자광고, 서구 귀족들만이 사용했다며 소비자들의 허황된 욕구를 부추기는 가구광고 등이 하나하나 도마에 오른다.

한국담배 또한 외국어 투성이라 저자가 아는 노인 한 명은 외국어를 발음못해 '88' 만 피운다는 부분에선 '쓴웃음' 이 절로 나온다.

또다른 문제는 '한국적' 인 것에 대한 표현방식. 한국의 흔적은 그나마 식료품이나 전기밥솥.냉장고등 일부 가전품 광고에 살아있는데 그마저도 가마솥 전기밥솥, 뚝배기 전자레인지 등 과거에 대한 향수 차원에서 그려진다는 것. 더욱이 많은 경우 한국.동양의 이미지는 서구에 비해 열등하고 정체된 모습만이 부각된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최고의 카피라이터는 최고의 오리엔탈리스트인가" 라는 질문도 던진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한국광고도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의 독특한 감성과 정보를 담아내야 한다" 고 호소하고 있다.

이론적 성찰이 많아 학술서에 가까운 '오리엔탈리즘…' 와 달리 문화평론가 마정미 씨의 '…거짓말쟁이' 는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 문제의식에서도 결코 학술서에 뒤지지 않는다.

교통.환경문제등의 책임을 시민의 탓으로 돌리는 공익광고,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직설적 문구로 뜻밖의 효과를 거둔 파스퇴르 광고, 막대한 수입을 약속하며 현대인들의 물욕을 자극하는 다단계판매 광고, 영화나 그림등 명작을 우습게 개조한 패러디 광고, 폭력과 음산한 이미지가 가득한 그로테스크 광고, 관계당국의 무분별한 검열, 신문 1면광고에 나타난 사회상, 전쟁을 불사하는 광고경쟁을 벌인 90년대 주류업계, 모델료를 줄이기 위해 애용되는 동물광고, 갈수록 성가를 더하는 사이버 광고 등 얘기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제작자보다 소비자 입장에 서서 광고에 대한 비판적 '눈' 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의 광고에 끌려다니는 과시적.추종적 소비의 자제와 함께 과장.허위광고를 걸러내는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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