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후 관광산업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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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8일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 1백일이 되는날. 영국식민지에서 중국특별행정자치구로 거듭 태어나 1국가 2체제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아시아의 대표적 관광도시 홍콩의 관광현황을 현지취재했다.

지난달 26~30일 홍콩관광협회는 항공사 캐세이퍼시픽과 손잡고 대대적인 '초청사업' 을 벌였다.

외국여행업자와 언론인들에게 홍콩을 알리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었다.

한국에서는 여행업자 40여명과 신문.잡지기자 10여명이, 일본에서는 무려 3백여명의 여행업자.언론인이 초청됐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 1백일이 채 안된 시점에서 왜 이같은 대규모 초청사업이 이뤄졌을까. 홍콩의 관광산업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홍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약1천2백만명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홍콩인구 6백30여만명에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숫자였다.

홍콩은 지난해까지 관광객 증가율이 해마다 20%를 상회하는 급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홍콩이 반환된 지난 7월1일 이후 관광객 숫자가 급격히 떨어지지 시작했다.

지난해 40%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일본으로부터의 관광객이 올해는 - 4%를 기록했고, 20%이상 늘어나던 한국관광객도 - 6%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홍콩과 연계관광을 이루는 마카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간8백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의 규모가 6백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홍콩반환이후 혹시나 하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홍콩관광협회의 엘런 콴이사는 초청기간내내 "홍콩은 반환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며 관광객들의 우려를 씻으려 애썼다.

하지만 나이트 라이프로 유명한 홍콩의 밤은 눈에 띄게 '밤경기' 가 사그러들고 있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코우룬 (九龍) 의 템플 스트리트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카미다카하라 (上高原) 는 "새벽까지 흥청거리던 홍콩의 밤이 요즘은 자정이 되기도 전에 그 열기가 식는 것 같다" 며 "아무래도 오성홍기 (五星紅旗)가 휘날리는 분위기에서 예전과 같은 화려한 이벤트가 이뤄지기는 힘든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캐세이퍼시픽의 아시아담당이사 톰 만웨링은 "분위기탓도 있지만 일본.한국.동남아의 경기침체가 더 큰 요인" 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코우룬호텔의 판매담당 탬 존은 "홍콩에서의 일본인 관광객 감소가 의외로 한국에서의 일본인 관광객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며 "지금과 같은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홍콩관광산업은 큰 위기를 맞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홍콩관광당국은 급격한 관광객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내년 3월에는 최첨단의 첵랩콕 신공항을 개항, 중국본토와의 연계관광상품을 대대적으로 개발.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종 국제회의를 유치해 홍콩을 아시아의 이벤트 중심지로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아무튼 1국가 2체제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금융.무역의 중심도시로서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홍콩으로서는 자꾸만 줄어드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홍콩 =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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