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사이버·기후변화도 안보문제” … 미 NSC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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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을 다룬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의 대응 방침은 NSC 차원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NSC는 1947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에 의해 창설된 이래 미 백악관과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냉전 땐 공산국가와의 투쟁에서, 2001년 9·11테러 발생 이후엔 대테러전에서 미국 안보를 지키는 중추 기구였다.

그런 NSC의 기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엔 더욱 커졌다. 군사·외교·테러 문제뿐 아니라 경제·에너지·기후 변화 등의 현안까지 다루는 기구로 발전했다. NSC 확대는 오바마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그의 국가안보관을 반영하고 있다.

NSC 의장인 오바마는 최근 NSC 고정 멤버를 확대했다. 47년 NSC 창설의 근거를 제시한 국가안보법은 대통령과 부통령·국무장관·국방장관만을 NSC의 정규 구성원으로 규정했다. 이후 중앙정보국(CIA) 국장, 합참의장이 상시 참석자로 포함됐다. 오바마는 얼마 전 NSC 참석자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대통령 명령을 발표했다. 백악관 비서실장, 백악관 법률고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재무장관, 법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에너지부 장관,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리는 NSC 모임에 정규 멤버로 참석하도록 한 것이다.

백악관과 행정부의 다른 고위 인사에 대해선 사안에 따라 NSC에 출석하도록 오바마는 지시했다. 국제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된다면 상무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백악관 경제보좌관이 참석할 수 있게 된다. NSC 구성원 확대는 오바마의 국가 안보관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전임자들과 다른 데서 비롯됐다고 워싱턴 포스트(WP) 등은 분석했다.

WP는 최근 “오바마가 외교·군사적 현안에 한정했던 NSC의 전통 업무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며 “사이버 안보, 에너지, 기후 변화, 사회 인프라 재건 문제 등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오바마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NSC와 실무 책임자인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파워는 상당히 막강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WP는 “부시 전 대통령 집권 1기 때 NSC 운영을 책임졌던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의 힘에 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나 존스의 경우는 다르다”고 비교했다. “오바마가 국가 안보 개념을 경제·에너지 등의 영역까지 넓힌 데다 NSC 기능도 확대하길 원하고 있는 만큼 존스의 권한도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NSC 멤버와 기능이 확대될 경우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으며, 핵심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오바마의 시도는 좋지만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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