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 이유 없이 가슴 답답하고 모든 일 귀찮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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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파요

55세 주부입니다. 최근 남편이 실직하고, 딸까지 결혼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삶과 이별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처음에는 피곤하고 잠을 설치더니 이젠 사소한 일에도 신경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괴로운 것은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만사가 귀찮다는 겁니다.

진찰해 봅시다

기분이 우울하고 의욕이 없는 증상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특히 남편 실직과 자녀 결혼이 이런 공허함과 우울감을 가져옵니다. 공들여 키운 자식이 결혼해 집을 떠나면 홀로 남은 어머니는 ‘빈 둥지 증후군’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이런 일시적 증상이 아닙니다.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의욕이 저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동시에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며, 쉽게 피곤해집니다. 또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을 동반합니다. 귀하는 단순한 우울감이 아닌 우울증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울증이 있으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가슴이 뛰는 신체 증상, 또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납니다. 우울증은 뇌기능의 저하와 관련 있습니다.

바꿔 봅시다

자신의 증상이 우울증인지, 단지 우울한 기분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환이나 약물에 의해서도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어요. 진찰받을 때 처방전을 모두 가져가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약물 및 상담 치료를 받습니다. 광치료·정신분석 치료·자기자극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처방받습니다. 단 개인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경우 오히려 우울한 기분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약 먹기 전에 정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2주 정도 치료하면 호전되지만 유지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위의 관심과 이해도 필요합니다. 우울증은 마음이 여리거나 정신력이 약해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해 철저하고, 가족과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분이 많이 겪습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전홍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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