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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F4’로는 목마르다, 내년 지방선거서 女風 불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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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정말 4명밖에 안 됩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
3월 8일자 중앙SUNDAY 6~7면에 ‘전국에 딱 4명, 女구청장들의 점심식사’ 기사가 나가자 기자에게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여성 기초자치단체장이 전체의 2%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여풍(女風)’이란 신조어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활약은 당연시되고 있다. 신임 판사의 여성 비율이 70%를 넘고, 신임 검사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도 60%를 훌쩍 넘는다. “2002년 지방선거 때보다 두 배로 늘었으니 그나마 진전”이라는 기자의 설명에도 독자들이 납득을 못 할 만하다. 마침 기사가 나간 날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한나라당밖에 없다고요? 그럴 리가요….”
두 번째로 많이 받은 질문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나라당과 양성 평등을 뚜렷한 목소리로 주장해온 야당을 다들 언급했다.

두 질문 모두 답은 하나, 바로 ‘공천’이다. 그 지역에서 유력한 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에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여성은 그동안 이 공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2006년 지방선거는 좀 달랐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의원이었다. ‘적어도 광역단위당 한 명은 여성을 공천하자’는 방침이 섰다. 그 결과가 ‘전국 4대 도시에서 여성 구청장 한 명씩 당선’이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서 여성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선자는 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될 만한 곳에 줘야 될 게 아닌가. 여성 당선자를 내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계 거물들도 ‘텃밭’ 출마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여성 출마자를 약세 지역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여성 후보들에겐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미혼인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흑색선전에 시달렸다. “숨겨둔 자식이 둘이라든가, 셋이라든가(웃음). 선거운동 좀 돕게 데려와 달라고 그랬죠.”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은 오전 4시면 일어나 아침밥을 챙겼고, 박승숙 인천 중구청장은 35년 동안 시부모님을 모셨다. 그 시절엔 ‘여자가 할 일’을 제대로 마친 뒤에야 사회활동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굳이 여성 후보를 공천해야 하나. 김은숙 구청장은 “우리 구에 여성 주민이 56%인데 이제야 여성가족과를 만든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김영순 서울 송파구청장은 “미국의 소수우대제(affirmative action)처럼 한동안은 여성을 전략공천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당에서 ‘실험용’으로 보낸 네 명이 모두 평균 이상의 성과를 냈다면 적어도 여성이 남성만큼은 할 수 있다는 방증 아닌가”라고 말했다.

내년에 다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현역 단체장이 세 번 연임해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지역에 여성 후보를 내세워 보는 것도 방법이다. 민주당은 호남, 자유선진당은 충청이란 훌륭한 텃밭에서 여성 공직자를 기를 수도 있다. 딱 네 명, ‘F4’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구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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