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시대 북한 어디로 가나]식량난·고위층 동요(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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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일 (金正日) 의 전격적인 노동당 총비서직 승계는 그가 3년간의 과도통치를 종식시키고 명실상부하게 북한권력의 최고지도자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김일성 (金日成) 사망 (94년7월8일) 후 꼭 3년3개월만에 공식승계를 선언한 김정일은 부자세습의 완결을 공언하고 향후 북한체제에서 전권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김일성의 카리스마에 싸여 있던 그가 지도자로서의 '법적 정통성' 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당 (黨) 우위라는 체제의 특성상 노동당 총비서직의 승계만으로도 김정일은 정치.외교.군사등은 물론 경제나 사상.조직등 전반의 문제를 관장하게 된다.

바로 이때문에 김정일의 승계는 북한체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와 북한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현안들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이 비록 김일성의 정책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통치활동을 공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전격적으로 출범을 선언한 김정일호 (金正日號) 의 앞에는 적지않은 풍파가 기다리고 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국방위원장과 군최고사령관이란 직함으로 주로 국방분야만을 챙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체제위기 상황까지 몰고온 경제문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하다.

식량난을 해결하지 않고는 주민들의 축복속에 대관식 (戴冠式) 을 가질 수 없다.

총비서 취임을 계기로 경제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방.개혁과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야 하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비록 각 지역과 단체들의 당대표회를 통해 추대분위기 조성을 꾀했지만 대규모 당행사보다 전격적인 선언형태를 취한 것도 파탄에 이른 경제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사회분야에서는 이완된 국가체제의 정립과 결속에 힘을 쏟아야 한다.

황장엽 (黃長燁) 비서와 장승길 이집트 주재 대사의 망명에서 나타난 핵심 고위층의 동요현상을 잠재우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국가 운영은 바라기 힘들다.

인사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당.정.군의 주요 자리가 상당수 비어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위직책에 대한 인사와 세대교체성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노 (老).장 (長).청 (靑) 의 배합을 내세우겠지만 사실상은 군부실세와 신진 기술관료.측근인사를 등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외교문제는 대미 (對美).대일 (對日) 관계개선이라는 큰 맥락속에서 4자회담과 평화협정 체결등의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대남문제는 북한체제의 존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가장 관심을 기울일 분야 중의 하나다.

초기에는 정권 안정을 위해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지만 남한의 새 정부 출범을 지켜보며 전략적인 전환을 모색할 것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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