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비자금 폭로'이후 후보간 판도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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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대선후보 비자금의혹은 각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로선 각각의 득실계산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신한국당 주장의 진위 (眞僞) 여부가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혹 전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金후보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후보사퇴.정계은퇴요구까지 나올지 모른다.

자민련과의 단일화협상이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선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고, 국민회의는 대체후보를 내더라도 정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민심이 국민회의를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金후보가 대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며, 그때엔 우리당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독주할 것" 이라고 장담하지만 金후보 사퇴라는 일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李후보도 어떤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

국민회의가 가만히 앉아서 당할 리 없는 것이다.

신한국당 주장이 거짓이나 정치공세로 밝혀질 경우 이회창후보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임은 자명하다.

국민적 분노가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혹의 진부 (眞否)가 이처럼 대선전에 확실히 가려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러지 않을 공산이 크다.

거기에 일부만 사실로 밝혀질 소지도 있고, 또 그에 대한 일반국민의 납득수준 정도가 전혀 다를 수 있는등 변수는 무진장하다.

이 경우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사활 (死活) 을 건 공방전을 계속할 것이다.

이때엔 李후보나 金후보가 모두 상처를 입을 것이므로 다른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득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당장은 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가.

金후보로선 악재 (惡材) 를 만난 것만은 틀림없다.

도덕성에 의심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안정권 수준의 지지율 제고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른바 'DJ대세론' 형성 전략에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회창후보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됐다.

金후보 독주에 일단 제동을 걸었고, 여권표 결집을 도모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회다.

'DJ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치고받기는 대선구도를 일단 李후보와 金후보 양자대결로 몰고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신한국당이 고대하던 바다.

하지만 李후보도 국민회의의 매서운 공격을 각오해야 한다.

아들 병역면제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를 수도 있으며, 李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담은 '이회창 파일' 이 하나 둘씩 공개될지 모른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후보의 계산도 복잡할 것같다.

경우에 따라선 DJP후보단일화 계획을 접어두고 독자출마 또는 다른 후보와의 연대등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선전망이 불투명해질 경우 내각제를 관철시킬 여지는 더 많아질지 모르므로 그에게 현재 상황이 아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대중후보 비자금 시비는 '3김정치' 의 또다른 축인 김종필후보에게도 부담스런 요소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순 (趙淳) 민주당후보와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는 어부지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상일·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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