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정국…수세의 국민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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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는 8일 하루종일 'DJ 비자금 정국' 에 대한 조직적 반격을 모색하느라 분주했다.

크고 작은 당내 회의가 10차례 열렸다.

첫 회의는 일산 김대중총재 자택에서 시작됐다.

오전7시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이종찬 (李鍾贊) 부총재.정동영 (鄭東泳) 대변인등이 金총재와 대책을 숙의했다.

"있는건 그대로 밝히고, 신한국당 주장의 허구를 벗긴다" 는 방침을 채택했다.

金총재는 전날 이형택 (李亨澤) 씨가 "金총재 자금을 한푼도 관리하지 않았다" 고 말한 것과 달리 "실명제 이전에는 약간의 자금을 맡겼다" 고 시인했다.

당을 운영해 오면서 자금을 쓴게 사실인데 다소 불리하더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전체가 불신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 강삼재총장 주장중 나머지 부분의 허위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거꾸로 신한국당의 도덕성을 심판대에 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전9시 간부들이 당사에 나왔고 즉각 대여 (對與) 공세가 전개됐다.

李부총재는 "金총재가 실명제 전 지인들이 준 약간의 자금을 이형택씨에게 맡겼던 것과 91년부터 7년동안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했다는 신한국당 주장은 천양지차" 라고 지적했다.

"만년 3등을 벗어나려는 작태" 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조세형대행도 "정당의 총재가, 그것도 실명제도 없던 시절에 많아야 몇억원을 은행에 맡긴게 죄가 되느냐" 고 반문했다.

"신한국당이 정보기관을 동원하지 않고는 도저히 입수할 수 없는 자료를 엮어 소설을 쓴 경위가 속속 제보되고 있다" 고 밝혔다.

대우그룹 임원 K씨가 최근 신한국당 모 의원실을 부산하게 드나들었으며, 姜총장을 포함해 신한국당내 3인방이 당내 여타 인사를 따돌리고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姜총장이 회견을 황급히 끝낸 것은 외부에서 작성한 회견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대독 (代讀) 했기 때문" 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어 정동영대변인이 姜총장등에 대한 고발방침과 당내 '신한국당 음해공작 대책위' 의 구성 방침을 발표했다.

鄭대변인은 "신한국당이 세가지 네거티브 전략과 한가지 포지티브 전략을 수립, 시행중인데 그 1탄이 비자금 의혹제기" 라며 "네거티브 전략은 金총재 건강문제, 선거 임박 시점의 용공음해등이고 포지티브 전략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金民錫) 부대변인은 이와 별도로 '姜총장 발표의 16가지 문제점' 을 보도자료로 공개했다.

"이형택씨의 비자금 계좌 3백49개가 金총재 비자금이라는 연결고리로 노조원간의 소문을 들었는데 노조가 성명을 내 부인하고 있다.

姜총장이 공개한 문서중 '신한국당측은' 같은 표현은 문서가 외부에서 작성됐음을 암시한다" 는 요지였다.

오후 들어서도 신한국당이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 못하자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신한국당 모략대책위' 는 첫 회의에서 철저한 법적 대응,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을 병행키로 하고 두가지를 결정했다.

맞불 폭로는 저질 폭로전을 가열시키고 사안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어 당분간 자제하되 한은 (9일).은행감독원 (10일)에 대한 재경위의 국정감사에서 역공세를 취하기로 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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