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형광 단백질 발견…“빛나는 건 대머리 빼곤 다 흥미롭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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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를 너무도 사랑한 과학자? 그는 19년간 총 85만 마리의 해파리를 잡았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오사무 전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얘기다.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추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엄청난 양의 해파리를 잡다 '해파리 회를 먹는 일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중앙SUNDAY가 '일본 과학의 힘, 노벨상 수상자 연쇄 인터뷰' 제2탄으로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중앙SUNDAY 보도내용.

시모무라 교수는 육군 장교인 부친을 따라 소년기를 만주와 오사카 등에서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중학생 시절 그는 미군 공습을 피해 나가사키현 이사하야(諫早)시로 옮겨갔다. 전학 첫날 그를 기다린 건 학도 동원이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수공장에서 일만 했다. 1951년 나가사키대 의대 약학전문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취직과 학문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국 ‘남의 말을 잘 듣는 성격이 아니어서’ 학문을 택한 그는 나고야대 연구실에서 일하게 된다. 여기서 운명을 결정짓는 만남이 이뤄졌다. 나고야대가 자랑하던 히라타 요시마사(平田義正·2000년 사망)의 연구실에서 일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히라타 교수는 ‘복어 독의 구조결정’ 등의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었다.

히라타 교수 밑에서 그는 갑각류와 바다반딧불의 발광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생물발광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바다반딧불의 발광물질을 정제(精製)하고 결정(結晶)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20년간 실패를 거듭하던 것을 1년 만에 해낸 것이다. 60년 풀브라이트 유학생으로 선발돼 프린스턴대로 갔다. 그는 “대학원 학생이 아닌 단순한 연구생 신분인 나에게 그런 은혜를 준 은사의 마음이 유학 시절 고생하던 시기에 엄청난 위안이 됐다”고 털어놓는다.

노벨상 수상의 업적이 된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발견한 것은 유학을 떠난 지 1년 만인 61년이었다. 워싱턴주에 있는 프라이데이하버 연구소 체재 중 에쿼리아 빅토리아(Aequorea victoria)라는 발광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을 발견, 추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그 유용성과 유전자 조작 응용이 입증된 것은 92년이 돼서였다. GFP를 유전자 조작으로 식물에 주입해 밤에도 빛을 발하는 발광식물을 만들 수 있고, 가스를 발견하면 색깔이 바뀌는 식물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시 16년이 지나서야 그는 노벨상을 받았다.

63년 나고야대 조교수가 돼 귀국했지만 “‘잡음’이 많아 연구에 전념할 수 없다”며 65년 다시 프린스턴대로 돌아갔다. 이후 82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적인 해양생물학연구소인 ‘우즈홀’에서 상급연구원으로 재직하다 퇴임했다. 그러나 연구실이 집으로 바뀌었을 뿐 그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난 빛나는 것이면 대머리 빼고는 다 흥미롭다”는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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