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못살겠네" 소음민원 5년새 다섯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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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의 김모(40.여)씨 등 22명은 "인근 재건축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견딜 수가 없다"며 지난달 구청과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불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사장과 이웃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암반을 깎아내는 작업 때문에 소음과 먼지에 시달렸는데 앞으로도 1년 반이나 참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에 사는 주민들도 소음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김씨는 "공사장에서는 소음도가 70㏈(데시벨)을 초과해 구청에서 하루 2~4시간만 작업하도록 시공업체에 조정명령을 내렸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70㏈의 소음은 바로 옆에서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는 수준으로 정신집중이 잘 안 되고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을 잃을 수 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연립주택 주민 28명도 지난달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의 소음.진동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환경부 등에 진정서를 냈다.

"불과 7m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밤낮 없이 들려오는 중장비 소음과 덤프트럭의 굉음, 먼지로 제대로 생활할 수가 없고 병이 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공사로 인해 도로와 연립주택에 균열이 일어났고 시공사 측이 입구 도로를 차지하는 바람에 출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끄러워 못살겠다"며 지방자치단체에 제기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에 접수된 소음.진동민원이 2002년에 비해 20% 증가한 2만6126건이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1999년 5102건에서 4년 새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주거지역의 공사장.유흥업소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소음이 전체의 96.1%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공장소음(1.9%).교통소음(1.3%).항공기소음(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생활공해과 관계자는 "최근 민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주거밀집지역에서 진행되는 건설공사 때문"이라며 "조용하고 쾌적한 생활을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기된 민원 가운데 91%인 2만3787건은 당사자들을 설득해 해결했고, 방음벽 설치 등 개선명령을 내린 경우가 1393건, 작업시간을 조정토록 한 경우가 811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경우는 135건이었다.

환경부는 앞으로 주거지역 등에서 공사를 할 때 사전에 방음벽을 설치토록 하고 공사장 소음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건설기계 소음표시 의무제 및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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