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가 '다과회 비디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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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해 미 대선운동 과정중 주요 정치헌금자들이 대거 참석했던 백악관 다과회의 녹화 테이프가 워싱턴 정계에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공개된 문제의 테이프는 95년 8월부터 만 1년간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한 44차례의 다과회를 기록한 내용. 한 회당 30초에서 4분 정도의 분량으로 클린턴이 참석자를 영접한뒤 자리에 앉아 감사의 인사말을 건네는 부분까지 기록한게 대부분이다.

백악관은 이 테이프를 지난 1일 발견, 이 자료의 존재 사실을 상원과 법무부에 즉시 통보했으며 4일에는 이를 법무부와 의회에 넘겼다고 밝혔다.

백악관 공보국 (WHCA) 이 작성한 이 테이프로 인해 불거진 논란은 크게 세가지. 우선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이 테이프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많은 의원들은 행정위가 지난달말 비디오의 존재를 알고 제출을 요청한 뒤에야 공개됐다는 사실을 중시, 백악관측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는 비디오가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도 커피모임이 열렸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는 점이다.

미 법률은 공적인 장소에서는 모금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마지막으로 존 황이 등장하는 비디오에만 음성이 담겨있지 않아 증거인멸의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참석자는 민주당 자금모집책이던 존 황이 그 자리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문제의 다과회에 초청된 사람중에는 6일 클린턴에 의해 스웨덴 대사로 지명된 트래블러스보험사의 린든 올손 회장을 비롯, 지난주 신임 자메이카 대사로 임명된 스탠 맥릴랜드가 들어있어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중 올손 회장은 다과회 참석후 2만달러를, 맥릴랜드도 최소 12만8천달러를 민주당에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역시 대사직 지명후보자 명단에 오른 H 도드프리 변호사와 아서 셰터 변호사가 함께 참석했으며 다른 다과회에 초대됐던 캐서린 홀 변호사는 지난달 오스트리아 대사에 지명됐었다.

결국 백악관 다과회가 민주당 자금모금에 변칙 이용됐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어 이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공화당측 특별검사 임명요구는 날로 거세질 전망이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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