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들, 단순‘중국어 통역꾼’뽑으니 현지인과 소통 단절 … 인사 관리 엉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중 인력관리 세미나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천민(陳珉) 중즈(中智) 인력자원관리자문 부사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중국 비즈니스의 핵심은 현지 중국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소통)이다. 언어를 통해 직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열정과 참여의식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어 학습도 이제는 ‘눈높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일보와 중국국가한판(약칭 한판·漢辦)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제1회 한·중 인력관리 세미나’의 결론이다. 국내 중국어 교육도 이제는 실제 비즈니스 활동에 필요한 실용 중국어 위주로 짜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주요 기업의 인력채용 담당자, 중국어 관련 대학 교수, 학원강사, 학생 등 400여 명이 참석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만진 한·중 글로벌 HR연구소 소장은 “한·중 경제 교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국내 중국어 교육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현지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느냐 여부에 중국 투자사업의 성패가 달렸다”며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중국 주재원들은 언어력 부족으로 현지 직원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필요한 실용 중국어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언어능력이 부족한 주재원들은 자기들끼리 뭉칠 줄만 알았지 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에는 소홀하다. 언어가 달리니 권위주의 식으로 직원을 다루고, 자신의 허물을 아래 중국 직원에게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는 인사·노무관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한만진 소장)

중국 인력관리 분야 전문가인 천민(陳珉) 중즈(中智)인력자원관리자문 부사장은 “중국 관련 직원은 인력이 아니라 인재(人材)라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기업 내 중국 전문가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각종 경제정책의 숨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효율적인 중국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며 “핵심은 역시 언어 구사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상업문화는 모두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지식을 갖추라”고 한국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그렇다면 경제 지식과 실용 중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배양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김현철(연세대 중문학과 교수) 한국BCT위원장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의 국내 중국어 교육이 주로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며 “앞으로는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BCT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으로써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치·경제·사회 등의 방면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CT 시행은 국내 대학의 중국어 교육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사건’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LG그룹 홍보실의 이진세 차장은 “그동안 중국 분야 인재 채용에서 학생들의 경제 지식을 가늠할 방법이 없었다”며 “BCT 시행으로 국내 기업들은 단지 중국어를 잘하는 ‘통역꾼’이 아닌, 중국어와 경제 지식을 고루 갖춘 진정한 전문가를 뽑을 수 있게 됐다”며 BCT 도입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진=김태성 기자

BCT 시행 일정은
21일 ‘무료’ 시범 시험 … 5월부터 4차례 치러

경제 지식과 중국어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한 BCT(비즈니스 중국어 시험) 시행 일정이 확정됐다. 우선 이달 21일(토) 시범 시험이 치러진다. 무료로 진행되는 시범 시험에는 삼성전자·금호아시아나 등 50여 개 기업이 신청했다. 응시하려는 기업과 기관은 17일(화)까지 한국BCT사업본부(02-6363-8830)로 신청하면 된다.

본시험은 5, 7, 8, 11월 네 차례에 걸쳐 치러진다(표 참조). 전국 7개 시험장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응시자는 인터넷 홈페이지(www.bctkorea.co.kr)에 접속, 회원으로 가입한 뒤 신청하면 된다.

BCT는 2006년 싱가포르에서 첫 시행된 이래 현재 미국·프랑스·일본 등 전 세계 13개 국가가 도입했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문법 위주에서 탈피, 실전 비즈니스를 위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돼 각국 기업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신입사원 선발, 주재원 선발 및 인사고과에 BCT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연세대와 경희대 등 BCT로 졸업 자격을 인증하는 대학도 속속 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