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비자금 폭로 검찰 반응…"근거 나오면 심각"수사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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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총재의 비자금 6백70억원 관리설 (說) 이 전해진 7일 오후 대검찰청 고위관계자들과 중앙수사부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중앙수사부는 폭로내용이 담긴 뉴스를 모니터해 수뇌부에 보고하는 한편 수사나 내사착수 지시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순용 (朴舜用)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신한국당의 폭로내용을 전해들은뒤 검찰입장을 확인하러간 기자들에게 "정치인들의 정치공세인지, 자료가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만약 구체적 근거로 이야기한 것이라면 검찰도 확인에 나설것" 이라고 밝혔다.

朴중수부장은 이와 함께 "구체적 근거가 나오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고 말해 이번 폭로사태가 검찰수사 착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몇몇 대검 관계자들도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는 여론의 향방및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검찰수뇌부의 결심에 달려있지만 수사가 시작된다면 대선을 불과 70여일 정도 앞둔 시점인 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검수사관은 "폭로가 수사로 이어진다면 95년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이 될 것" 이라고 점치고 있었다.

한편으로 대검중수부 관계자들은 "만약 폭로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金총재의 비자금 관리사실은 쉽게 밝혀내겠지만 어떤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가 문제가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찰이 적용법규에 고민하는 것은 첫째, 金총재가 비자금을 대리인을 통해 관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金총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金총재가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을 받았더라도 92년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사전수뢰죄나 수뢰죄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때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것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일부 기업인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도 검찰의 입지를 좁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중수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법률적 검토는 수사를 시작하기전의 문제일 뿐 수사에 착수하면 알선수재나 김현철 (金賢哲) 씨에게 적용됐던 특가법상의 조세포탈죄등도 적용할 수 있을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대검관계자들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金총재가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돈은 대부분 92년 대선때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여 쓰고 남은 대선 잉여금일 것" 이라며 "비록 신한국당의 폭로가 있었더라도 검찰이 金총재 부분만 수사할 수 있겠느냐" 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결국 많은 검찰 간부들은 대선을 불과 80여일 앞둔 시점에서의 이번 폭로가 단순한 정치공세에 머무를지, 아니면 제2의 '비자금사건' 으로 번질지는 95년 盧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처럼 金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상언·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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