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김대중 거액 비자금'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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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한국당이 7일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가 입금액 기준으로 6백70억원 이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해 왔고 그중 일부를 재벌과 사채업자를 통해 불법적으로 실명전환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검찰수사를 요구, 대선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신한국당 폭로 내용의 심각성으로 볼때 金총재 비자금 파문의 사실여부는 대선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로 전망된다.

국민회의는 즉각 논평을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며 "정치적.사법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제시한 증거자료등에 미뤄 상당기간 대선정국의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대선정국은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한편 신한국당의 金총재 비자금 추적과정등에 대한 적법성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 예상된다.

강삼재 (姜三載.사진)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金총재 비자금의 관리인은 동화은행 영업6본부장으로 있는 처조카 이형택 (李亨澤.55) 씨" 라며 "李씨는 지난 7년동안 金총재의 친인척및 자신의 친지 명의로 개설한 가.차명계좌 3백94개를 통해 2백95억1천2백75만원을 관리했다" 고 폭로했다.

姜총장은 "金총재는 이와함께 또다른 사람을 통해 3백75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사실도 함께 제보되었다" 고 밝히고 "특히 金총재는 금융실명제 발표 이틀뒤 비자금 40억원을 대우에 부탁해 불법으로 실명전환했다" 고 주장했다.

姜총장은 또 "金총재는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20억원외에도 최소한 6억3천만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며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의 盧씨 비자금 계좌에서 3억원이 인출됐음을 밝히는 전산기록표와 평민당 명의로 배서된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한장의 사본도 함께 공개했다.

姜총장은 "20억 플러스 알파설을 뒷받침할 물증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金총재 비자금 실체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가 전직대통령들과 같은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하고 치부의 수단으로 삼은 사실은 국민앞에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姜총장은 "金총재의 비자금과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두 전직대통령및 김현철 (金賢哲) 씨가 받은 비자금이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느냐" 고 반문하면서 "검찰은 비자금의 출처를 반드시 수사,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똑같이 사법처리하고 국고에 환수하라" 고 요구했다.

한편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강삼재총장은 흑색선전의 전문가로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여론조사 3위로 밀려 정권연장 가망성이 멀어지자 또다시 김대중총재에 대한 흑색선전.음해모략에 나섰다" 고 규탄했다.

鄭대변인은 "공당 (公黨) 의 사무총장이란 직위를 빌려 허위사실을 진실인양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 라고 비난하면서 "나라의 정치발전과 사회기풍의 건강성을 위해 姜총장은 즉각 정치권에서 퇴출 (退出) 되는게 마땅하다" 고 주장했다.

한편 강삼재 총장이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지목한 이형택씨는 "사실과 다르다" 고 7일 부인했다.

李씨는 "金총재의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가 고모인 것은 사실이나 金총재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 라고 주장했다.

김석현·김교준·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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