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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건강 공방' 서서히 가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선정국에 후보들의 건강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신한국당이 가장 적극적이다.

오는 10일께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공신력을 지닌 의료기관에서 공개검진을 받겠다고 언명한 상태다.

물론 다른 후보들에게도 '검증' 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김홍신 (金洪信) 의원은 국감장에서 후보들의 건강검증및 의료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표적은 김대중국민회의.김종필자민련후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건강문제를 강조해 70대인 이들의 나이를 상기시키고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3金청산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자는 목적인 것이다.

정치입문이 비교적 짧은 이회창후보나 민주당 조순 (趙淳) 후보 역시 생활리듬이 전과 달라져 고전중이라고 한다.

李후보는 체중이 4㎏ 줄었고, 趙후보는 오후 10시전에 잠들던 습관이 깨져 심야 TV토론등에서 애를 먹는다고 한다.

사실 건강은 중요한 문제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2차세계대전중 타계했다.

그의 서거 직전 열린 얄타회담에서는 심신이 쇠약한 루스벨트를 상대로 스탈린이 극동진출의 '이익' 을 챙겼다.

히틀러의 파킨슨병이나 무솔리니의 신경매독이 그들을 독재로 이끌어 갔다는 설도 있다.

4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 (李承晩) 대통령의 당시 나이는 86세였다.

건강한 판단을 내릴 체력과 정신력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3.15부정선거가 이를 입증한다.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건강을 자신하고 있다.

이회창후보는 테니스로, 김대중후보는 맨손체조로, 김종필후보는 실내자전거로 평소 건강을 다진다.

조순후보는 단전호흡을, 이인제전경기지사는 조깅을 하고 있다.

또한 각종 행사참석.강연.TV토론.지역방문등의 빡빡한 일정을 초인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후보는 3일 지방방송토론에서 "대선후보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 고 말해 맞불작전으로 나섰다.

지난 14대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金泳三) 후보 진영은 국민당 정주영 (鄭周永) 후보의 건강문제를 쟁점화해 적지 않은 반사이득을 챙겼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지는 흥미있는 관전포인트다.

이와 관련,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제도의 마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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