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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세상보기]당신의 스포츠 취미 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 오늘도 그런 멋진 슛이 터질까. 아랍에미리트는 일본보다 한수 아래라는데 좀더 짓밟을 수 있잖을까. 한 3대1쯤으로 누르면 속이 후련할텐데. 반대로 오늘 게임이 졸전으로 일관하면 어쩌지. ) 도대체 스포츠가 우리에게 뭐길래 이렇게 관심이 많은가.

스포츠가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그러면 왜 모든 운동선수들이 35세에 은퇴하는가.

(미국 유머) 게임으로서의 스포츠는 심신의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을 조직화.규범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운동을 즐기면 심신이 건강해진다는 가정을 과학적으로 실증하려는 노력이 오늘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얼마전엔 운동을 하면 사람의 성격조차 올바르고 원만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해외토픽이 소개하기도 했다.

"그게 아니고 혹시 스포츠와 건강과 장수 이 세가지가 모두 한가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근 연구 결과론 성생활을 영위하는데는 노화가 거의 작용하지 않는답니다.

기능관리만 잘 하면 1백세까지도 가능하다는데요. " "당신의 그런 관심은 정력식품을 좋아하는 저열한 기호 (嗜好) 와 일치합니다.

타조 고기가 '몸' 에 좋다고 가죽 수출용으로 수입하는 타조를 고기로 먹겠다는 사람이 요즘 많답니다. " (한국경제신문 9월29일자 보도) "그렇게 야단만 치지 말고 운동이 심신을 올바르게 한다는 처음 말로 돌아갑시다.

한국에선 스포츠를 게임으로 즐길 뿐 심신 도야 (陶冶) 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은데요. " "왜 그런 비관론을 말합니까. " "어느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은 휴지가 너저분하고 사방에 낙서가 휘갈겨져 있는가 하면 껌이 옷에 들러붙고, 심지어 소변까지 실례한답니다.

" (춘천발 연합통신 9월17일자 보도)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그 아파트에서도 오늘밤 월드컵 예선전을 보다 멋진 슛이 터지면 환희의 함성이 울려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마음이 병든 사람의 교정은 '보는 스포츠' 론 안되고 '하는 스포츠' 라야만 되는가 봅니다. "

"그 말은 맞습니다.

운동은 일종의 학습 (學習) 이며, 학습은 노쇠의 반대인 성장에 뿌리를 두고 있답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람이 자라는 것이지요. 운동을 하면 맑은 정신, 열의에 찬 태도, 정신적인 깨달음까지 얻는다고 의학자들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대체 당신이 심신의 건강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뭡니까. " "한민족의 정예화 (精銳化)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2억 인구의 아랍에 둘러싸인 6백만의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심신이 도야되지 않으면 통일이 올리 만무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타조 고기나 찾고, 먹는 물에 쓰레기나 버리는 국민에겐 통일은 너무 과분한 행운이 되겠지요. " "너무 심하십니다.

한국의 해외 유학생 수는 5만5천여명으로 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제3위입니다.

인구 10만명당 전문대 이상 학생은 4천9백여명으로 이것도 캐나다.미국에 이어 제3위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부지런히 갈고 닦는 중입니다. " "그렇게 갈고 닦는 사람들이 삼천리 강산을 한자로 쓰라고 하면 왜 三天里.三川里라고 씁니까. " "그거야 어문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고…. 국민의 심신 도야를 바라는 진짜 이유는?" "허허, 사실을 털어놓자면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같다는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아닙니까. "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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