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고기 검역체계 부실…O-157 검출 발표 미루고 20일 뒤에야 유통금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수입식품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검역당국이 미국산 쇠고기 O - 157균 검출 후에도 검사에 늑장부리고 발표를 늦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산 육류를 검사하기에는 장비.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데다 전문검사기관인 농림부 수의과학연구소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간의 불신과 갈등도 심각한 상태다.

30일 검역당국에 따르면 국립동물검역소 부산지소는 지난달 6일 채취한 미국 네브래스카주 수입육류에 대한 각종 검사를 통해 O - 157균에 오염된 것을 밝혀내고 7일뒤인 13일 본소에 구두 보고했다.

그러나 국립동물검역소는 '민감한 사안' 이라는 이유로 농촌진흥청 수의과학연구소와 재검사를 거친뒤 26일에야 이를 발표했다.

수거된 쇠고기가 부적합하다고 판명돼 판매금지되기까지 20일이나 걸렸고 이 기간중 오염가능성이 있는 쇠고기가 그대로 시중에 유통된 것이다.

더구나 미국 농무부가 지난달 12일 O - 157균 검출 발표후 2주일이나 지난 같은달 26일에야 우리나라 검역당국이 미국 네브래스카산 육류에 대한 전량 검사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력과 장비도 크게 부족해 검역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8월말까지 정밀검사 실적은 1만6천건으로 한달평균 2천건에 달한다.

그러나 검역인력은 국립동물검역소 위생검사과 직원 19명, 전염병 질환 연구원 18명, 서울.인천.군산.제주 지소에 각각 1~2명등 5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동물검역소 부산지소는 평소 육류수입업체 1~2곳을 임의로 지정해 컨테이너당 2백~5백g을 표본으로 채취, 정밀검사를 하고 나머지 대부분 수입업체의 육류는 검역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은 지난해 부분적으로 보완됐으나 종합효소연쇄반응 (PCR) 기기등 핵심장비는 아직도 갖춰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28일 지금까지 백화점등 91개 수입육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42.9%인 39곳에서 미국IBP사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판매금지조치를 취했다고 30일 밝혔다.

허상천.이하경.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