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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伊상인 야콥 살로네 '중국여행기'11월 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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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서양에 중국문물을 처음 소개한 것으로 전해지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훨씬 앞서는 중국기행록이 최근 이탈리아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리틀브라운 앤드 컴퍼니' 사가 원본을 단독 입수, 오는 11월 출간 예정인 이 여행기는 야콥 살로네라는 북부 이탈리아 출신의 유태계 상인이 1271~72년 중국남동부의 항구도시 자이툰에 반년간 머물며 겪은 생생한 체험들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어 당대 중국의 사회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여행기에 따르면 마르코 폴로와 같은해인 1271년 베네치아 인근 지중해 항구 안코나를 출발한 야콥은 그해 8월 다른 세명의 이탈리아 상인들과 함께 자이툰에 정박했다.

비단을 뜻하는 영어의 '새틴 (satin)' 의 유래가 될만큼 교역이 활발했던 이 도시는 당대 동아시아의 최대 항구중 하나로 동서상업활동의 중심을 이뤘는데 야콥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과 마차들로 한밤중에도 시끌법석한 도시" 였다고 술회하면서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에서 몰려든 기독교도.유태인.모슬렘들로 법석이는" 멜팅 포트 (용광로) 와 같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도시의 한가운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외국인촌이 있었는데 중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이라도 이 곳 출신의 통역사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없이 상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황실의 총애를 받았던 마르코 폴로와 달리 평범한 개인자격이었던 야콥은 그런 이유에서인지 중국사회를 좀 더 냉정한 시각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벽안의 외국인을 무엇보다 놀라게 한 것은 중국여성들의 성윤리. 가정부인들 대부분은 정부를 두고 있었고 불륜을 조금도 수치스럽게 느끼지 않았으며 몸이 거의 들여다보이는 의상을 착용하는 등 그 자태에 있어 매춘부와 다를바 없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성 해방을 외치는 페미니스트들과 레즈비언들로 당시 중국의 성윤리는 "주님 앞에 차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타락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십자군전쟁 당시 여인들이 정조대를 착용할만큼 정조를 중시했던 13세기 서구 사람인 그의 눈에 비치는 동양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서양과 닮은데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목판인쇄술과 대포등 중국의 첨단기술에 매료될 무렵 야콥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중국을 떠나게 된다.

당시 송나라 말기인 중국은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해오는 몽고에 대항해 싸워야 할 것인지 화해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사회전체가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야콥은 이 대논쟁에 참여했다가 분노한 군중들에 쫓겨 1272년 2월 24일 야밤에 배를 타고 도주함으로써 이 진귀한 경험은 6개월만에 끝이나게 된다.

현재 야콥의 기행록은 전 옥스퍼드대학 역사학교수였던 데이비드 셀버른박사가 번역중인데 미공개로 진행중인 탓에 원본의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중국학자 프랜시스 우드 박사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의 조너선 스펜서 교수 (예일대) 와 로버트 하임 교수 (컬럼비아대) 는 "당시와 다른 내용이 있는 것으로 봐서 가짜인 것 같다" 고 주장했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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