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죄형법정주의 도입…18녀만에 형법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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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권력의 잣대가 들쭉날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중국이 18년만에 '죄형법정주의' 도입을 골자로한 형법개정을 단행 1일부터 시행한다.

지난 79년 중국이 제정한 옛 형법은 법률에 없는 범죄를 처벌할 때 해당 조문이 없더라도 비슷한 조문을 끌어다 처벌하는 '유추 (類推) 해석' 을 허용해왔다.

예컨대 그동안 처벌이 이뤄졌던 독직 (瀆職).유랑.투기등의 범죄는 명확한 조문이 없었다.

사람과 지역에 따라 처벌범위.강도가 달라 경찰.검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에 대한 비난이 높았다.

신형법은 또 사형집행때 총살형만 인정했던 것을 '총살형 또는 주사 (注射) 등 기타 방법' 으로 다양화시켰다.

'공개 총살형' 에 대한 국내외의 인권시비를 의식한 조치다.

국제사면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해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 (6천1백여명) 중 4천3백67명이 총살형에 처해졌다.

절도.강도등을 저지른 강력범은 물론 티베트.신장 위구르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정치범들에게도 공개 총살형이 무차별적으로 집행됐다.

4백52개 조문 (종전 1백92개 조문) 의 신형법은 특히 공직자 부패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시켰다.

중국의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1백60건 (지난 95년) 으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공직자 부패는 개혁.개방정책이 가속화된 지난 93년 이후 격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부패척결을 위한 조항을 강화하고 급증하는 공직자범죄에 쐐기를 박기 위해 국가공무원 범위에 국유기업 종사자와 정부.국유기업에서 다른 사업단위.사회단체에 파견한 근무자들까지 명확히 집어넣었다.

또 '사회주의 시장경제질서 파괴죄' 를 92개 조문 (종전 15개) 으로 늘려▶가짜.저질상품▶밀수▶마약▶금융사기▶조세포탈▶지적재산권 침해▶음란물품 제조.유통등에 관한 조항을 대폭 보완하고 처벌도 무겁게 했다.

사회적 변화추세에 맞춰 증권사기죄나 주식 불법거래.주가조작.상업비밀 침해등 범죄도 명시됐다.

신형법은 금융.증권.컴퓨터.환경범죄등 선진국형 범죄에도 대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치 (法治) 보다 인치 (人治) 의 나라' 라는 비평을 받았던 중국이 과연 범죄의 처벌에 임의성이 많이 개입했던 관행을 얼마나 빨리 벗고 새형법을 잘 시행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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