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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아어음 만기결제 요구등 기업들 10월 자금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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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아에 돈을 물린 종금사들이 기업대출을 회수하거나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은 10월부터 또다시 빡빡한 '자금 보릿고개' 를 넘게 됐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종금사 보증을 받아 기아 기업어음 (CP) 을 사들인 은행.보험사등이 부도유예협약이 끝나면서 종금사에 만기결제를 요구하고 있고 종금사들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회수.콜차입등에 나서고 있다.

H은행은 부도유예협약이 종료된 첫날 이미 수십억원대의 기아 CP를 2~3개 종금사에 만기결제를 요구해 돈을 회수했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만기가 닥친 CP는 1백% 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S은행 임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아 CP중 종금사 보증을 받아둔 것은 연장해주지 않고 모두 결제를 요청키로 하고 이를 이미 통보했다" 고 말했다.

종금사들이 보증각서나 이면계약등 지급보증을 서고 은행의 신탁계정등에 팔아넘긴 기아 CP는 약 2조원으로 기아에 대한 종금사 여신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또 기아그룹 계열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따르면 기아그룹 전체로 만기가 돌아오는 CP는 한달에 8천억~9천억원에 달하며 종금사들은 이 가운데 50%정도를 결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결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당장 상환능력이 있는 기업들을 물색해 자금을 회수하고▶유통시장에 보유 CP를 처분해 돈을 조달하며▶급하면 비싸더라도 콜시장에서 돈을 빌려쓰기로 했다.

이때문에 종금사 돈을 많이 끌어쓰고 있는 기업들은 이달부터 또다시 대출상환요구에 시달리며 자금난을 겪게 됐다.

또 CP 유통물량 및 콜차입 수요가 늘어나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이와 함께 금융계에서는 자본금 규모가 작으면서 기아에 돈을 많이 물린 일부 종금사와 할부금융.파이낸스사등 제3금융권의 군소기관중에는 자본잠식.지급불능등 최악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예상되고 있다.

H종금 관계자는 "기아 CP에 대한 상환부담이 일시에 종금사로 몰릴 경우 기업에 대한 대출금상환 러시가 일어날 것" 이라며 "이때 자칫하면 종금사와 기업이 함께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위험도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일부 종금사들은 소송을 벌여서라도 은행등의 CP 결제요구에 응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밖에 기아 채권은행들은 부도유예기간중 기아의 어음을 할인받아간 협력업체들에 돈을 되돌려받는 환매청구는 협력사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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