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영화 시나리오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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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직 시나리오가 안 빠져서…." 영화 제작자들에게 "작품(촬영) 언제 들어가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런 답이 돌아온다.

제작자들은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수는 있지만,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절대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말을 철칙으로 삼는다. 그래서 온갖 공을 들인다.

시나리오 개발에만 드는 비용이 1억원을 넘기가 일쑤다. 그런데도 충무로에서는 "괜찮은 시나리오 작가가 없다"고 한탄한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해 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1일 '한국영화 시나리오 DB(www.scenariodb.or.kr)'를 개설했다. 일종의 시나리오 온라인 시장이다.

작가가 쓴 시나리오 완성본은 물론 A4 용지 8장 이상 분량의 시놉시스(줄거리)를 장르별로 분류해 놓고, 영화 감독이나 프로듀서들이 내용을 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나리오는 한해 2000편에 달하지만 영화화되는 것은 4%인 65~70편(2003년 기준)에 불과하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조창희씨는 "시나리오를 거래할 수 있는 공개적인 장을 만들어 일부 작가의 작품만 노출되는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나리오 작가 손정우씨는 "시나리오 뱅크는 필요하지만, 제작사와 투자사의 제작 방향을 미리 알 수 없는 신인 작가들은 작품을 DB 목록에 올려놓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 DB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신인 작가 발굴 측면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문화산업이 시나리오 공모전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최 측은 "최근 한국영화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영화 소재가 다양해지고 시나리오 수준이 높아진 덕"이라며 "이런 상승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공모전을 연다"고 밝혔다.

총상금이 5500만원(최고상 3000만원, 우수작 2편 각 500만원, 가작 5편 각 300만원)인 이번 공모전의 마감은 8월 16일이다. 02-751-9642. 홈페이지(http://culture.joins.com).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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