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전 여신 눈덩이…연말 40조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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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초부터 잇따른 대기업 부실이 결국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준뒤 원리금을 제때 상환받지 못하고 있는 불건전 여신은 올 상반기중 이미 17조원을 넘어섰는데 기아사태와 진로.대농까지 반영되는 연말에는 최악의 경우 무려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 연말 결산때 무더기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28일 은행감독원및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권 대출 5조4천8백45억원에 대한 원리금상환이 동결되는데 금리를 연10%만 따져도 은행권은 매년 5천4백95억원의 이자손실을 보게 된다.

또 기아에 대한 대출금은 모두 불건전 여신으로 분류돼 앞으로 볼 손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연내 새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도 3조1천4백71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 6월말 현재 6개월간 이자를 못받고 있는 '고정' 여신을 포함한 불건전 여신은 17조8백88억원으로 올들어 반년만에 4조5천6백39억원이 늘어났다.

이로써 은행권의 총여신중 불건전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말 4.1%에서 5.5%로 높아졌다.

특히 제일.서울 두 은행의 불건전 여신 (4조2천9백65억원) 이 은행권 전체의 4분의1 이상이었고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8.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 이미 10개 은행이 적자를 냈는데 연말에는 기아에 의한 손실이 본격적으로 반영돼 전국 25개 은행의 3분의2 이상이 적자결산을 해야 할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은감원은 은행들이 적자를 내더라도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완화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은행들이 추가자금을 지원해줄 경우 이를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지원금의 1%만 쌓도록 할 방침이다.

대손충당금이란 나중에 원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일정 금액을 장부에 비용으로 올려놓는 돈으로 은행은 업무이익이 나든 안나든 무조건 쌓아야 한다.

남윤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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