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혐의 1심重刑 20대 3년새 두번 항소심서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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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년전 성폭행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20대 남자가 또다시 다른 성폭행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똑같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석방됐다.

94년11월 서울영등포구 일대에서 오전2~3시 가정집에 침입, 잠들어 있는 부부를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훔친 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경찰은 金모 (24.노동.서울영등포구도림동)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유난히 짙은 눈썹과 푹 들어간 눈동자가 성폭행 당시 방안의 불은 꺼져 있었지만 가로등 불빛으로 본 범인의 모습과 똑같았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진술이었다.

1심 선고는 징역 20년. 그러나 金씨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95년11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金씨는 그러나 자유의 몸이 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96년 8~10월 당시 영등포구 일대에서 발생한 동일수법의 강도강간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또다시 구속됐다.

이번에도 1심에선 金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범인이 1m75㎝ 정도 키의 고수머리였다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달리 金씨가 1m65㎝ 키에 머리가 스포츠형 직모인데다 채취된 정액감정 결과 金씨와 다른 혈액형이 검출된 사실을 내세웠다.

또 방안에 붉은색 전구가 켜져 있어 범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5~6초간의 짧은 시간에 당황한 피해자들이 범인을 식별할 수 없다" 고 항변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 (재판장 安聖會부장판사) 는 27일 "피해자들의 진술마다 차이가 있어 金씨에 대한 유죄 증거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 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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