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실시 배경 파급효과 … 오·남용 방치 더이상 불가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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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부가 의약분업을 서두르는 것은 처방과 조제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아 국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63년 약사법에 의약분업의 원칙을 천명했으나 의사.약사 단체가 모두 이를 기피해 시행이 유보돼 왔다.

그러나 94년 약사법에 99년 7월7일 이전에 의약분업을 도입키로 시행시기를 구체화한데 이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개위가 이번에 단계적 시행일정까지 제시함으로써 10월중 총리보고를 거친 뒤 추진될 전망이다.

의개위안은 의약분업이 의료계.약계에 미치는 심각한 파급효과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국민건강의 향상은 장기적으로 실현되는데 반해 환자.의사.약사는 즉각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해 진통이 예상된다.

환자들은 동네약국에서 손쉽게 약을 구입할 수 없고 반드시 병원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2005년 주사제까지 의약분업의 대상이 되면 병.의원에서 받은 주사처방을 들고 약국에 가서 조제받은 뒤 이를 다시 병원으로 가지고 가야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경우까지 생긴다.

의사는 처방만,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른 조제만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의사는 자신이 뗀 처방전이 약사에게 공개되는 부담을 안게 되고 약사는 지금처럼 임의처방을 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의개위는 의사.약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료와 약사의 조제료를 모두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의약분업은 비전문적 의료행위의 제도적 방지로 의약품 오.남용 사례가 크게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현재 전체 의료비 가운데 31.1%나 되는 약제비 (藥劑費) 비중이 크게 줄고 주사제 오.남용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제비 비중은 의약분업을 실시중인 미국이 11.3%, 영국이 16.4%다.

결국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환자.의사.약사의 불편 감수를 호소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을 겪게될 것같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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