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 언론의 속성다룬 블랙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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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신문기자들과 주변 인물들의 행태와 경험을 블랙 코미디로 형상화시킨 '헤즈' (영성.원제 Heads.출시명 '헤드스' ) 는 전형적인 저예산의 소품이나 코엔형제의 작품처럼 웃음속에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경쾌한 작품이다.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에 발행부수 8천부에 불과한 작은 신문사에서 교열기자로 일하는 주인공 (존 크라이어) 이 괴팍한 편집국장에 의해 일약 사건기자로 발탁된다.

풋내기로 현장에 나오자 마자 영화의 제목을 암시하듯 머리가 통째로 잘려나간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헛점투성이의 일처리에도 불구하고 연일 특종을 하게 된다.

동료기자.식당 종업원.지방 판사 등이 잇따라 죽어가는 사건을 접하는 가운데 풋내기 부패한 지방 경찰보다 앞서서 여러가지 단서를 잡게된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들은 따분한 시골 마을에서 자극적인 사건을 만들어 신문을 팔아보려는 편집국장에 의해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진다.

인물 설정이나 이야기 구성이 다분히 도식적이고 건조한 작품이지만 순간적인 상황이나 장면들에서 현대의 비리를 꼬집고 있다.

특히 특종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신문의 속성, 권력 쟁취나 사리사욕을 위해 언론을 이용하려는 현실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풋내기 기자의 존재는 언론이 불순한 의도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편집국장이나 말단 기자들은 특종을 위해 경찰보다 치밀한 취재를 하지만 사생활에 있어서는 해결책이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는 현실도 잘 나타나 있다.

맹한 목소리의 백치미로 유명한 제니퍼 틸리가 편집국장의 딸로 나와 내팽개쳐진 기자들의 가정 생활을 드러내 준다.

컴퓨터가 등장하는 동시대가 배경인데도 풋내기 기자는 50년대 이전에 사용된 구식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이 점은 순간적인 사실 취재나 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데는 유능하지만 자기 자신의 뒤떨어짐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기자들의 현실도 보여준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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