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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방과후 시간은?

중앙일보

입력


주부 김진희(35·서울 관악구·사진)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장현준(7·사진)군의 방과후 시간표를 짰다. 1학기 동안은 학원에 보내지 않을 참이다. 김씨는 “학교생활에 흥미를 붙이도록 오후엔 친구들과 사귀며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할 것”이라며 “저녁엔 교과서를 간단하게 예·복습하고 독서하며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짠 것일까. 현직 초등교사 및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예체능 활동으로 학교 적응력 북돋워야
 “시간표를 짤 때 부모의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수원 화서초 강백향 교사는 “3월말이면 아픈 아이들이 많이 생긴다”며 “잘못된 방과후시간 설계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업 직후 여러 학원을 전전하고, 저녁에는 학습진도에 쫓기다보니 일부 아이들은 엄마 등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하는 증세까지 보인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신체 활동으로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초등 1학년 365일』 저자 이현진(서울 영화초) 교사는 “활동적인 아이라도 처음 입학하면 긴장해 교실에서 움직임이 적다”며 “방과 후엔 놀이터 등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라”고 권했다. 이 교사는 “그러고 나야 차분한 마음으로 독서나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 시간이 많다고 학원을 두세군데 등록하는 건 금물이다. 보습학원에서 1학년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이 교사는 “선행학습 진도가 너무 빠르면 학교수업에 소홀해 질 수 있다”며 “집중도가 떨어져 산만한 아이로 낙인찍히면 학교생활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3월엔 이미 다니고 있는 학원 외에 새 학원 등록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가 낯선 학교와 새 학원 모두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맞벌이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학원을 다니게 해야 한다면 예체능 위주로 고른다. 특히 아이가 자신없는 분야를 보완할 수 있는 학원을 보내면 효과적이다.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면 바둑이나 피아노를, 부끄러움을 잘 타면 성악이나 동화구연 등을 추천한다.

 방과후 아이를 집안에 혼자 두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이 또래의 아이는 정신적·정서적으로 어른이 곁에 없으면 몹시 혼란을 느낀다”며 “호기심은 왕성한 반면 신체조작능력은 능숙하지 않아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쉽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 자녀를위한 방과후 학교·공부방·놀이방을 미리 알아보고 아이가 어른의 보호 아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서 말하기 연습’, 그림일기로 대화 나눠
 저녁은 가족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아이가 하룻동안 느낀 것을 자연스럽게 말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는 부모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대답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강교사는 “아이가 작은 문제라도 가족에게 털어 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휴식과 생활지도를 위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학습지도 보다는 학교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태도나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서울 천일초 박신식 교사는 ‘서서 말하기 연습’을 권했다. 부끄러움을 없애고 발표력을높이기 위해서다. 박 교사는 “교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들지 않는 어린이가 많다”며 “수업 시간에 서서 발표하는 훈련을 가정에서 미리 해두면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있었던 일 등을 이야기할 때 가족 앞에서 서서 말하게 한다. 아이가 말할 때는 중간에 가로막거나 질문하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박 교사는 “부모가 진지하게 다 듣고 난 후 박수를 쳐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림일기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아이가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부모에게 말하면서 일기에 쓸 글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부모는 일기를 관찰, 아이의 생활을 파악하고 어떻게 써야할 지 도움말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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