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1천만대 시대…정보화사회 본궤도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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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산 개인용컴퓨 (PC)가 선보인지 16년째로 접어든 올해 국내에 보급된 PC가 1천만대를 넘어섰다.

그야말로 PC 1천만대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PC 1천만대시대는 '인구 4명당 PC 1대시대' 를 의미하고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정보화의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정보화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맞아 PC 1천만대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PC 1천만대시대의 의미를 새겨보고, 국산 PC 1호를 비롯한 국내 정보산업의 '뿌리' 를 더듬는 특집을 마련한다.

아울러 PC 1천만대시대의 '그늘' 로 남아있는 오지 (奧地).벽지 (僻地).낙도 (落島) 등 정보화 사각지대에 PC 보내기운동의 첫 장 (章) 을 여는 뜻깊은 행사도 마련했다.

올해 중학교 2년생인 허창희 (許敞熙) 군은 83년생. 그가 태어날 때만해도 주변에는 개인용컴퓨터 (PC) 라는 '말' 은 있었지만 실물을 직접 만지며 작동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PC는 공상과학영화나 미래소설의 한 장면을 통해 '바라만 보는 ' 존재였다.

하지만 許군이 자라면서 PC는 더이상 상상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가 PC를 자신의 방에 들여놓은 것은 3년전. 당시 부모님들로부터 486급 PC를 선물받아 상상의 대상이 '내 것' 이 된 순간 그는 날 듯이 기뻤다.

이같은 경험은 許군 또래 청소년들에게는 자주 있었던 일. 숙제도 PC로 하고 컴퓨터게임 삼매경에도 빠져든다.

때문에 종종 꾸중도 듣지만 부모들도 PC의 필요성에는 머리를 끄덕인다.

그래서 기성세대인 어머니와 아버지도 최근 안방에 또 한대의 PC를 들여놓고 배우기에 열중이다.

10여년전만 해도 '세상을 바꿀 기계' 라는 막연한 전망이 97년 가을 현재 가정의 필수품이 되면서 가정과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PC 1천만대 시대' 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지난 81년 처음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PC가 올 상반기 까지 1천만대나 팔렸다.

첫 선을 보였던 당시 '옥동자를 출산한 산모' 는 삼보전자엔지니어링 (현 삼보컴퓨터) .신생 PC의 외모는 흑백TV수상기를 모니터로 대신해 꿰맞춘 칙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후 삼보컴퓨터.삼성전자.LG전자 등에 의해 PC산업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면서 16년간 놀랄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PC보급은 특히 90년대 들어 크게 확산됐다.

85년 8천대, 89년 76만대 등 80년대 까지 1백만대를 못넘어섰던 PC 누적 판매대수는 90년 들어 1백44만5천대로 올라선 뒤 94년 5백89만8천대를 거쳐 올 상반기 1천31만8천대를 기록했다.

특히 막바지에 펜티엄급PC 등 고성능PC가 주력기종으로 부상하면서 엄청난 수요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무조건 PC 보급이 늘었다는 것으로 우리의 정보화를 과대 평가할 수는 없다.

이제 핵심은 질적인 측면. 곧 가정에 PC가 얼마나 보급됐고 PC 당 사용인원은 몇명이냐 등의 관점에 모아진다.

현재 가정에 보급돼 가동되는 PC는 2백43만3천대. 가구당 PC보급률은 5.6가구당 1대인 18%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30%를 넘어섰다.

PC 1대당 국내 사용인원도 96년말 현재 7.2명 수준에 불과, 미국의 3.2명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다만 대만의 11명에 비해서는 앞선 상태.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정보산업과 박병철 (朴炳哲.39) 과장은 "이 정도의 보급률은 정보선진국 수준은 아니지만 정보화의 본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평가했다.

때문에 앞으로의 과제는 컴퓨터를 마련하는 단계를 넘어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차원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 오길록 (吳吉祿.52) 시스템공학연구소장은 "1가구 1PC보유 시대로 발전하면서 생산자는 PC를 좀 더 쓰기 편하게 만들고 통신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이용자들은 PC를 1백% 활용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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