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줄기세포 연구 강대국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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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미 대다수 언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정부 지원기금에 대한 제한을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지를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사실상 반대해 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공화당 출신 부시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체로 자랄 수 있는 인체 배아를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미국 사회 내 보수적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부시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을 수 있는 줄기세포 라인을 22개로 제한했다. 최근 연구 가능한 줄기세포 라인 수가 1000개가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분만 연구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9일 부시의 행정명령을 뒤집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하면 미국 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과학자가 사적으로 막대한 소요 자금의 일부를 마련한 뒤 제한적으로 시행하던 연구 방식에서 탈피해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 속에 광범위하면서도 빠른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오바마가 연방 상원의원 시절부터 “불치병 치료에 필요하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적극 찬성해 왔다는 점에서 정책 변경은 충분히 예견돼 왔다. 그러나 과학적 관점과 종교적 관점이 중첩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에도 세계적인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로마 교황청은 7일 기관지를 통해 “가톨릭의 관점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매우 부도덕한 일이며, 미국의 납세자들이 내는 돈이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금으로 조성되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불치병 환자 가족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돼 새로운 삶을 얻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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