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신비를밝힌다]중. 난치성 뇌질환 치료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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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해마 (hippocampus) 의 마술사'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간질전문의 신철수 (申哲秀.47) 박사는 세계 최고수준의 신경과 의사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이렇게 불리운다.

해마란 대뇌 깊숙히 위치한 부피 10㏄ 가량의 해마 (海馬) 모양 소기관. 그러나 오감을 통해 들어온 각종 자극들은 일단 이곳을 거쳐야 비로소 대뇌피질에 기억의 형태로 각인된다.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중요한 신호만 증폭시켜 저장하는 두뇌신경회로의 콘덴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현대 신경과영역에서 가장 핫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도 해마손상과 간질발작 사이의 중간고리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 아직 누구에게도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지만 申박사에 의해 최초로 규명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마가 손상될 때 만들어지는 c - jun 단백질이 비정상 회로 (回路) 를 형성, 간질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미 실험적으로 입증됐습니다. "

정상적으론 합성되지 않아야할 단백질 때문에 2백명당 1명꼴로 간질을 앓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듀크대병원 시절 이미 배양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뇌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자유자재로 배양하는 테크닉을 개발, 간질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경쟁에서 다른 팀보다 한발 앞섰다.

원인이 밝혀지면 치료법도 나오기 마련. 申박사는 현재 c - jun 단백질 형성을 유전자 단계에서 차단하는 치료법을 연구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난치성 간질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임상의사의 역할도 그의 몫이다.

메이요와 같은 초일류병원에선 연구와 진료가 자연스럽게 병행된다.

그의 하루일과는 오전 6시30분부터 열리는 컨퍼런스 (학술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외래환자 진료와 전공의 교육.수술장 측두엽절제술의 참여로 이뤄진다.

그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임상분야는 난치성 간질환자에게 시행되는 측두엽 (側頭葉) 절제술. 간질을 일으키는 부위가 해마와 측두엽에 있을 경우 이를 직접 절제하는 수술이다.

그의 역할은 수술장에서 신경외과 의사가 간질부위를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간질유발위치를 찾아내 알려주는 것. 그는 "측두엽절제술은 약으로 듣지 않는 난치성 간질 치료는 물론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하는 경우에도 졸림.정신집중장애등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이라고 설명했다.

로체스터 =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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