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기업도 상시채용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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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공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으로 공개채용 대신 인력소개 중개기관을 통해 연중 상시채용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같은 추세에 맞춰 인력중개 기관에 과 (科) 단위로 집단등록하는 사례도 증가하는등 이제 취업시즌에 맞춰 직원을 선발하는 고정적인 채용패턴에서 벗어난 새로운 '헤드헌터시장' 이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21일 한국경영자협회가 대학졸업생이나 경력사원등을 대상으로 취업을 중개하기 위해 개설한 인재은행에 따르면 상시채용을 위한 구인신청을 한 업체들이 4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인천소재 완구생산업체인 영실업은 92년부터 매달 평균 1명정도씩을 인력은행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일반직 사원은 물론 비서.경리직사원등 종업원중 결원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적임자를 추천받아 면접을 실시한뒤 채용하고 있다.

공채모집의 경우 광고비.시험출제비등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상시채용은 우수한 인력에 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관련 회사들의 설명이다.

의류.봉제관련 기기를 수입판매하는 무궁화무역도 지난해부터 공채제도 대신 중개기관을 통한 상시채용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박홍수 (朴洪洙.41) 인사담당 부장은 "공채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결원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채용하는 것이 중소기업에 효과적" 이라며 "인력중개기관을 통해 채용한 직원의 경우 회사에 오래 재직하는 추세여서 인력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이 상시채용이 정착돼감에 따라 대학에서 취업상담창구로 인력중개기관을 이용하는 곳도 크게 늘고 있다.

인재은행의 경우 최근 삼육대 경영학과.세종대 회계학과.중앙대 경영학과.원광대 경영학과 학생들이 단체로 등록신청을 했으며 아예 지도교수가 학생들을 인솔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경총의 인재은행 (02 - 3270 - 7320) 은 이같은 추세에 힙입어 지난주에는 85년 개설 이후 이곳을 통해 취업한 사람이 6천명을 넘어섰다.

노동부부설 인력은행 (02 - 875 - 0114) , 코리아리크루트 (02 - 754 - 4921) 등 여타 취업중개기관들도 비슷한 추세다.

경총의 전대길 (全大吉) 이사는 "구인신청을 해오는 중소기업의 90%정도가 상시채용을 하고있기 때문에 구직희망자들이 눈높이만 낮춘다면 취업의 문은 넓다" 고 말했다.

이같은 상시채용 바람은 대기업에까지 불고 있다.

일부 그룹들은 자체 인력중개 인터넷 홈페이지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상시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선경그룹은 올들어 이달 25일까지 34개 전계열사에서 인터넷을 통한 상시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선경그룹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자기소개서를 전자우편으로 보내면 필요할 때 수시로 그룹 내에서 면접과 종합적성검사를 실시하며 합격여부 통보도 인터넷으로 해주고 있다.

동원그룹은 '마이튜터제' 를 통해 이들을 선배사원들과 1대1로 맺어줘 일정기간 함께 연수시키는 이색교육제도를 개발했다.

한솔그룹은 우수인력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학 3학년 우수 학생들을 입도선매 (立稻先賣) 식으로 사전에 미리 선발해 1년동안 외국어.컴퓨터교육등을 실시한 뒤 직원으로 채용하는 '서바이버 제도' 를 도입, '시간파괴성' 사원모집제도까지 등장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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