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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한 백미숙씨 부부, 모계국적 허용안에 환한 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우리 두 딸을 어엿한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와 결혼한 백미숙 (白米淑.33.여.교사.경기도의정부시가능동) 씨는 19일 법무부의 국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딸들을 안고 환하게 웃었다.

94년 6월 남편 나딤 이크발 (31) 과 결혼한 白씨에게 샤하나 (3) 양등 두 딸을 낳고 기른 지난 3년은 인고의 세월이었다.

E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白씨가 남편을 만난 것은 93년 5월. 경기도의정부시의 한 교회에 다니다 그의 순수함에 이끌려 결혼까지 약속했다.

파키스탄 카라치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이크발은 92년말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불법 체류하며 파이프제조업체등 의정부지역의 공장을 전전하고 있었다.

집안의 반대를 가까스로 설득해 결혼했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94년 12월 혼인신고를 한 뒤 함께 파키스탄의 시댁을 방문하고 귀국하다 불법 체류 기록으로 인해 이크발이 재입국을 거부당한 것이다.

그뒤 올 1월까지 2년동안 남편의 입국은 허락되지 않아 白씨는 별거 상태로 두 딸을 낳았다.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한 두 딸이 불법 체류자로 처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파키스탄 대사관과 외무부.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등을 뛰어다녔다.

출생후 한달 이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주한 파키스탄대사관에서 여권을 만든 뒤 다시 이민당국으로부터 비자를 받아야 했다.

남편 이크발은 白씨의 간곡한 진정에 힘입어 지난 1월 어학연수 비자를 발급받아 재입국이 허용됐다.

경제적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의정부의 한 특수아동교육기관 교사인 白씨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아이들이 아플 때면 3배나 되는 병원비를 감당해야만 한다.

白씨는 "호적이나 주민등록 어디에도 딸의 이름을 올릴 수 없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문제 때문에 걱정이 컸는데 이제 희망을 갖게 됐다" 고 좋아했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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