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일손부족으로 태풍 '올리와'로 쓰러진 벼 세우기 회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추석연휴에 불어 닥친 제19호 태풍 '올리와' 의 강풍이 수확을 앞둔 벼를 많이 쓰러뜨렸지만 농민들이 이를 바로 세우려 하지 않아 감수피해가 예상된다.

3백여평의 벼가 쓰러진 경남진주시문산면이곡리 허영구 (57) 씨는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할 일손도 구하기 어렵지만 3~4포기씩 묶어 세울 경우 트랙터 수확작업을 할 때 이를 모두 풀어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 그냥 놔 두고 있다" 고 말했다.

다른 농민들도 대부분 許씨와 같은 생각. 경남 도내에서는 남해 2백83㏊.고성 1백92㏊등 모두 1천8백99㏊의 벼가 쓰러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완전히 쓰러진 벼 (완전도복) 는 5백91㏊, 절반 쓰러진 벼 (반도복) 는 1천3백8㏊에 이른다.

이같은 면적은 올해 벼 재배면적 10만4천6백㏊의 1.8%나 된다.

경남도 농촌진흥원은 "쓰러진 벼 (이삭이 팬후 20일 기준) 를 내 버려 두면 15~25%, 세우면 5~7%의 수확감소가 예상된다" 고 밝히고 있다.

또 시간별로는 하루만에 세울 경우 21% 감수, 5일만에 세울 경우 47% 감수등 바로 세우는 시간에 따라 수확량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김혁규 (金爀珪) 경남도지사와 도청 농정국 공무원 60여명은 18일 김해시주촌면양동리에서 벼묶어세우기 일손돕기행사를 벌인데 이어 군부대등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농민들이 기피해 농사당국이 애태우고 있는 실정. 울산의 경우 재배면적 9천1백48㏊가운데 울주군서생면.범서면을 비롯, 울주군 관내 12개 읍.면의 71.6㏊ (완전도복 19.5㏊, 반도복 52.1㏊)가 피해를 입었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지난 17일에는 공무원.농민등 2백80명 18일에는 5백명을 동원, 지금까지 12㏊의 쓰러진 벼를 세웠다.

경북 도내에서도 2백85㏊ (완전도복 65㏊.반도복 2백20㏊)가 쓰러지는 피해를 냈다.

그러자 경북도는 민.관.군을 총동원, 벼 묶어 세우기작업을 하도록 각 시.군에 긴급지시하는 한편 19일까지 공무원.군인등 1만6천9백명을 동원, 일부를 세웠다.

대구.창원.울산 = 김선왕.김상진.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