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민주주의의 이해' 강정인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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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플라톤의 철인 (哲人) 통치론부터 시작된 서양 정치철학의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의 발전과정과 의미를 고찰한 책.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가 5년간 '민주주의 정치사상' 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다.

이 책의 특징은 서양 정치사에 비추어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한 것. 강교수는 김영삼 정부를 초보적 단계의 민주주의 정권이라 규정하며 시민들이 정치의 직접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못박고 있다.

주요 정책결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서구의 움직임과 달리 우리는 시민단체등을 통한 제도권안에서의 참여로 대의 (代議) 민주주의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 이밖에 유신정권과 5.6공을 거치며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혼란을 빚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혼란의 주된 원인은 민주주의가 장기간에 걸친 서구문명의 산물이라는데 있으며 거기에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사회민주주의.녹색민주주의등 복잡한 의미분화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한국에서는 가장 비민주적이었던 유신정권마저도 '한국적 민주주의' 라는 용어를 차용하며 정의 자체를 호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학과지성사.2백14쪽.4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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