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핵심 3각축’ 다시 뭉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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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권은 연이은 입법 싸움에서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2월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소극적이었던 친박근혜 진영이 입법 싸움에 가세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의원들의 농성장을 찾았다. 여권 관계자는 “친이-친박의 협조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일단 평가했다. 친이 단일 체제였던 당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온 셈이다. 그러나 양 진영의 협력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입법 싸움이 6월 국회로 밀린 대신 당협위원장 선출과 4·29 재·보선, 5월 원내대표 선출 등 정치 변수들이 줄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각 진영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머리 맞대는 친이계=2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상득·정두언 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해 총선 직전에 정 의원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주장하면서 멀어졌던 두 사람이다. 친이 진영에선 근래 “이상득-이재오-정두언이란 3각 축의 복원 조짐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이상득·정두언 의원의 관계에 대해 “여러 현안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 사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재오 전 의원과 관련해선 이상득 의원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오해다. 오히려 환영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상득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과도 두루 만난다. 당내 최다선으로서의 ‘화합 행보’라고 한다. 최근 부산 의원들과의 회동이 대표적이다.

친이 직계들이 결집하면서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신주류’에 실렸던 무게감은 좀 준 모양새다. 입법 싸움의 여파이기도 하다.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좌절감을 갖게 하는 일이 연속되는 것에 비례해 초선들 사이에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결집 주시하는 친박=친박 진영은 여전히 공개 모임을 자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부터가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려는 ‘능동의 정치’보다는 아직 ‘기다림의 정치’를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 내 뚜렷한 소그룹도 없다. 굳이 분류하자면 ▶김무성·서병수·유기준 의원 등 ‘부산 그룹’ ▶허태열·최경환 의원 등 ‘당직 그룹’ ▶유정복·구상찬·이정현 의원 등 ‘비서 그룹’ ▶박종근·이해봉·서상기 의원 등 ‘TK 그룹’ 등이 조금씩 다른 색깔을 보이는 정도다. 최근엔 진영 의원이 박 전 대표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등 최근 친이계 결집 양상에 대해선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이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김무성 의원이 “2월 국회가 끝난 뒤 건전한 비주류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던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협위원장 선정 같은 문제에서 친이계가 상식 밖의 주장을 밀고 나온다면 정면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계 일각에서 거론하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와 같은 빅 카드가 성사된다면 분위기는 또 한번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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