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의 나라서 ‘시멘트 다툼’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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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석회석이 풍부한 우리나라에서 왜 시멘트 값 인상으로 시끄러울까.

쌍용양회 등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가 상승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을 t당 5만9000원에서 7만4000∼7만5000원으로 25% 정도 인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레미콘 업체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양회는 공문을 통해 “(인상된) 시멘트 대금 납부를 당부하며 입금되지 않을 경우 향후 시멘트 수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사실상 시멘트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레미콘 업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워낙 나빠 레미콘 값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은 안 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체가 인상 요인으로 내세운 것은 주요 원재료인 유연탄과 환율 변동이다.

익명을 요구한 쌍용양회 관계자는 “시멘트 제조원가 중 국내에서 전량 조달하는 석회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내고, 유연탄 비중이 30%선으로 가장 높다”며 “국제 유연탄 가격이 크게 올라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호주에서 수입하는 유연탄 값은 2007년 t당 80달러 선이었는데 지난해 초부터 크게 올라 4월에 t당 140달러 선, 8월엔 200달러 선에 달했다. 현재 유연탄 가격은 95달러 수준이지만 매년 4~5월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해 지금은 t당 140달러 내외에 산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금은 달러로 결제하는데 원화 값까지 계속 떨어져 가격 인상 요인은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거래 조건은 밝힐 수 없지만 2007년만 해도 달러당 1000원 아래던 환율이 1200원·1300원을 넘어 16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팽팽히 맞서 온 양측은 현재 가격 인상안을 둘러싸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레미콘 조합 연합회 강문혁 부장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서로 값을 조금씩 양보하는 선인 6만5000~6만7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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