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강릉 무장공비사건 1년 군작전보도 전기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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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강릉지역 북한잠수함 침투및 무장공비 소탕작전이 발생한지 18일로 만 1년이 됐다.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은 울진.삼척사태 이후 거의 20년만에 벌어진 대규모 대 (對) 침투작전이었다.

울창한 숲, 험준한 지형, 공비들의 생존에 유리한 추수기 등 어려운 작전환경에서도 군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작전기간 내내 군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국민들도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는 강릉 무장공비 소탕작전 (이하 강릉작전) 이 언론의 환경변화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군사작전이 언론보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강릉작전이었던 것이다.

군은 강릉작전을 시작하면서 언론보도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어떤 파장을 줄지에 대해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작전부대에는 훈련된 공보요원도 없었다.

모든 활동이 조속한 공비소탕이라는 목표에만 집중됐다.

작전현장으로 수백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자 대비가 전혀 없었던 군은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열 취재경쟁은 미확인.추측보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작전부대도 모르는 교전상황이 신문기사로, 방송뉴스로 쏟아지는 등 보도의 홍수사태는 많은 오보를 낳았고 작전장병들의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아군의 차단선및 봉쇄선 위치, 작전의도, 투입부대및 병력규모, 공비의 예상도주로 등 작전보안사항이 여과 없이 보도돼 작전수행에 큰 타격을 준 것일 게다.

장병들이 적과 생명을 걸고 싸우는 군사작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운동경기 생중계하듯 작전현장을 적나라하게 보도함으로써 북한군이 가만히 앉아 우리의 작전상황을 모니터하고 역 (逆) 지령을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질 뿐이다.

강릉작전은 군과 언론에 공동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겼다고 본다.

그것은 적을 이롭게 하지 않고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으로 요약될 것이다.

군은 작전수행 못지 않은 비중을 언론보도에 두고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공보활동을 실시해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언론은 군사작전에 관한한 보도범위및 수위를 신중히 조절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인식의 공감대가 쌓여 작전보도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설정되면 군사작전시 군과 언론은 상호신뢰 속에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강릉작전의 교훈을 거울삼아 통합방위법상에 합동보도본부 운영을 명시하는 등 더욱 성숙된 보도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히는 바다.

여숙동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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