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양 유괴 사건 의문점…유괴.살해 혼자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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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임신 8개월 '예비엄마' 전현주 (全賢珠.28) 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내려진 나리양 유괴살해사건은 여전히 의문점 투성이다.

먼저 지난달 30일 나리양을 유괴한 순간부터 살해.도피.검거에 이르기까지 범행의 전과정을 몸이 불편한 임신부가 혼자 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나리양을 서울동작구사당동 극단사무실로 데려간 뒤 목졸라 숨지게 한 것은 임신한 여자가 제정신으로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다.

또 나리양이 붙임성 있는 어린이라곤 하지만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을 아무 반항없이 계속 따라다녔다고 믿기도 어렵다.

게다가 全씨가 우연히 만난 나리양을 갑자기 유괴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全씨는 경찰에서 "친정어머니와 백화점에 옷을 사러갔다가 헤어진 뒤 아이스크림을 먹던 나리양을 만나 순간적으로 범행을 결심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쇼핑하러 나온 주부가, 그것도 임신한 상태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어린이를 우연히 만나 유괴.살해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全씨의 범행동기도 석연치 않다.

全씨는 "최근 집을 저당잡히고 1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뒤 4백만원을 갚지 못했고 사채 3백만원의 변제기일이 닥치는등 빚에 시달려 돈이 필요했다" 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7백만원 때문에 어린이를 유괴.살해했다는 것은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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