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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 신작 '블랙잭' 내달 개봉 …미스터리.누아르.에로티시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영화계의 중견 정지영 감독이 내놓은 신작 '블랙잭' 은 힘있는 미스터리물이다.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를 보여 주는데다 빠르고 강한 톤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사이에 반전이 여러차례 등장해 스릴러적 재미가 만만치 않다.

거기에 누아르 영화와 에로틱 영화가 갖는 특성까지 함께 가지면서 미스터리.누아르.에로티시즘이 합쳐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주인공인 형사 오세근은 이혼.비리.간통.살인등을 겪으면서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세계를 산다.

부하직원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부정과 결탁한 그는 비리를 캐러 나온 경찰 감찰계 요원, 이혼한 전처, 갈수록 본심을 알 수 없는 정부, 그리고 정체불명의 정부 남편 등에게 온통 둘러싸여 있다.

이 모든 환경들은 그를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욱 깊숙히 빠져 들어가는 수렁 속으로 내몰고 있다.

이 사방이 막힌 세계속에서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블랙잭' 은 이런 식으로 누아르 영화가 전형적으로 갖는 '암울하고 절박한 세계' 를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개성 강한 강수연과 최민수가 주인공으로 나와 에로틱하고 격렬한 정사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위기 속에서 둘이 벌이는 정사는 거칠고 자극적이며 사실적이다.

관객들을 묘하게 빨아 들이는 부분이다.

이런 에로티시즘도 이 작품의 재미다.

정지영 감독은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서 복잡하게 얼키고설킨 이야기를 의외로 간결하면서 힘있게 풀고 있다.

그는 우선 주인공 오형사에게 강한 집념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 가는 단순하고도 직선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그리고 사건의 복선을 관객들에게 은근히 흘리면서 영화를 관객과의 두뇌게임으로 몰고 간다.

이혼한 전처는 아들과 함께 살고 싶은 오형사에게 아들과 돈을 맞바꾸자고 한다.

깊은 관계를 맺은 정부 장은영은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며 넋두리를 한다.

이 두 상황은 관객들에게 살인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오형사는 완전범죄를 기도하면서 정부의 남편을 살해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남편은 경찰 감찰계의 간부였다.

게다가 은영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들은 범인이 오형사임을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이제 오형사는 어두운 세상과 마지막 카드게임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사회성 있는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이후 3년간의 공백 끝에 이 작품을 관객 앞에 내놨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관객도 변했지만 나도 변했다.

이제는 새로우면서 완성도가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 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필요성을 강조했던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가지고 에너지가 충만한 한편의 오락영화를 선보였다.

관록있는 중견감독답게 그는 한국 영화감독들이 가장 다루기 힘들다는 굵직한 대스타 두명과 함께 개성 강한 여러 조연들을 조리있게 지휘해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평도 얻고 있다.

다시 등장한 정 감독을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13일 개봉.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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