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의 경영자 만들기]下. 영국·독일 기업, 미국식 경영 적극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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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영국.독일 기업들은 최근 미국식 경영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외이사제를 강화하고 유능한 전문경영인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전통적인 연공서열식 경영에서 벗어나 조기에 유능한 경영자를 발굴하기 위한 교육 제도를 도입하는등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 영국 = 영국에서도 최근 사외이사와 대부분 이들중에서 선출되는 회장이 CEO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지난 92년말 런던증권거래소가 민간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기업경영검토위원회' 에서 낸 보고서. 이 보고서는 ▶기업의 회장과 최고경영자 (전문경영인) 는 가능하면 겸직을 막고 ▶사외이사의 비중을 늘리며 ▶이사들은 기업 경영에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사외이사들만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기업내에 별도로 설치하는 것등 당시 영국의 경영 풍토로서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었지만 런던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들에게 이 보고서의 제안 내용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를 영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시키면서 영국 기업들은 최고경영자가 회장직을 겸하지 않도록 하고, 사외이사를 늘리는등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가스메이커인 BOC.BOC는 새로운 CEO를 뽑는 경영자원위원회와 CEO에 대한 업무감사를 하는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했고 우수한 사외이사를 발탁키 위해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전세계에서 후보자를 물색하고있다.

◇ 독일 = 독일 기업들도 기업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유능한 경영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형 CEO' 의 영입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적자에 허덕이던 지멘스 닉스도르프 인포메이션 시스템스 (SNI) 사가 지난 94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 을 물색한 끝에 미국 기업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제하드 슈마이어 전ABB 미국현지법인 사장을 영입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슈마이어는 기대에 걸맞게 94년 취임후 3년간 3만8천명의 종업원을 1만2천명으로 줄이고 8천명을 새로 채용하는 한편 조직개편과 과감한 권한의 하부이양등을 통해 기업체질을 바꾸어 놓았다.

또 제약업체인 훽스트사가 이사였던 유르겐 트루만을 미국에서의 기업인수및사업확대에 대한 수완을 인정해 94년 사장겸 CEO로 발탁한 것도 능력위주로 변한 독일 기업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 또한 취임후 사업부를 수익관리 위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올 7월에는 훽스트 본사를 1개 지주회사와 10개 사업회사로 분리, 지주회사의 임원은 그룹 경영전략을 짜는데만 집중케하는등 회사면모를 일신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CEO에 권한을 집중시켜 최종결정을 단순.신속하게 하는 것이 기업 실적과 직결된다는 새로운 가치관이 독일 기업들에 확산되고 있다.

◇ 일본 = 일본 기업사회들도 지난 몇년사이 능력을 도외시한 연공서열식 경영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3월 마쓰다자동차는 '30대 전반에 과장, 40대 전반에 이사' 라는 새 인사제도를 발표했다.

과거처럼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로는 유능한 경영자를 배출하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일찌감치 유능한 최고경영자를 기르기위해 취해진 조치였다.

올해 5월에는 정밀기기업체인 시마쓰 (島津) 제작소가 과장급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 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과장급 교육과는 다르게 회사 전체의 3백50명 과장중 앞으로 최고경영자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20명의 과장을 선발해, 재무전략등 최고경영자가 갖춰야할 필요 지식을 미리 교육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다른 과장급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단점이 있다고 비난받기도 했지만 일 기업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을 제고하기위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제약업체인 무다 (武田) 약품은 지난 6월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설립하는데 있어 최고경영자의 오판을 막고 경영효율을 높이기위해 사장.부사장.전무등 4명으로 구성된 경영회의를 신설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능력만 있다면 사내외.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서든지 인재를 끌어온다는 구미기업과는 달리 아직은 대부분 사내의 인사개혁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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