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순방길 오른 올브라이트 '이스라엘-팔레스타인'중재 힘든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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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현지시간) 취임후 첫 중동 순방 길에 오른다.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1주일여에 걸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과 이집트.요르단.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등을 연속 방문할 예정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중동방문은 연쇄 자살폭탄테러로 와해 상태에 이른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회담을 되살릴 수 있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마지막 기회가 되겠지만 올브라이트에게는 국무장관으로서의 능력이 총체적으로 평가받는 힘겨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팔 평화회담의 물꼬를 튼 93년과 95년의 오슬로 협정은 양측이 단계적인 신뢰회복조치를 통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었으나 갈등과 대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30일과 지난 4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하마스의 폭탄테러 이후 양측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태다.

미 국무부는 8일 올브라이트가 이번 중동 순방에서 견지할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이.팔 양측은 모두 오슬로 평화협정의 원칙으로 되돌아갈 것▶이스라엘에는 안보, 팔레스타인에는 경제적 자립이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을 공동모색케 한다는 것등이다.

이같은 원칙에 입각해 올브라이트는 두 당사국 모두에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대한 그녀의 요구는 테러 혐의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의 근거지를 없앰으로써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는 오슬로 협정에서 약속된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철군을 무기한 연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경파인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측에 테러범 색출등을 요구하면서 '선 (先) 안보 후 (後) 협상' 방침을 고집하고 있고 팔레스타인측은 "테러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양자간의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인 것이다.

나아가 올브라이트가 순방 예정인 다른 아랍 국가들도 하나같이 '이스라엘의 영토 양도 이행' 을 촉구할 것이 뻔해 중재자로서의 미국 입장에는 벌써 분명한 한계가 그어져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 국무부는 지난주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마술사가 아니다" 며 '기대치' 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동안 올브라이트가 중동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 어렵게 중동 나들이에 나선 올브라이트지만 불투명한 중동 정세속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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