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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는 힘 키울 호기 멀티쿠커로 해외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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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제위기로 경영 환경이 살얼음판이다. 소비는 위축되고 환율은 치솟아 기업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2위 전기밥솥 제조회사인 부방테크론이 최근 3위 업체인 웅진쿠첸의 밥솥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웅진의 영업권·브랜드·금형 등을 모두 260억원에 사들인 것. 서울 삼성동 부방테크론 본사에서 이대희(사진) 대표를 만났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인수에 나선 이유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출혈 마케팅을 피하고 생활가전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출혈 경쟁의 ‘방어 비용’보다는 차라리 사업 인수를 통해 우리의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불경기는 힘을 키울 수 있는 호기일 수도 있다.”

-올해 경영 환경을 어떻게 보는가.

“올해 사업 계획을 짜면서 ‘전년 대비’라는 말을 모두 빼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해 ‘전주 대비’로 사업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언제까지 높을지 모르니 장기적인 계획을 잡기 어렵다.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국내 시장 현황은.

“국내 밥솥 시장은 5000억원 규모에서 정체된 상태다. 주력 제품인 전기압력밥솥은 외국 시장에는 잘 안 먹히는 제품이다. 높은 압력으로 밥알을 터뜨려 차지게 짓는 밥이 외국인 입맛엔 안 맞기 때문이다. 밥 이외에 다양한 요리를 함께할 수 있는 멀티쿠커로 해외를 공략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프리미엄 종합 가전회사가 되는 것이다. 대기업이 1990년대 밥솥사업에서 철수하고 대형 가전과 디지털 전자제품으로 옮겨 갔듯이 앞으로는 냉장고나 세탁기도 포기할 것으로 본다. 틈이 생길 때 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리홈’이란 가전 브랜드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부방테크론은 79년 LG전자와 삼성·대우 등 대기업에 전기밥솥을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생산업체로 출발했다. 2000년대 대기업이 빠진 틈을 타 ‘찰가마’란 독립 브랜드를 달고 나왔다.

이 대표는 2세 경영인이다. 2년 전 36세의 나이에 대표에 취임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블랙&실버 색상의 밥솥을 업계 최초로 출시해 젊은 감각을 선보였다.

부방테크론은 지난해 매출액 2380억원 중 774억원을 전기밥솥·가습기 등 생활가전에서 올렸다. 나머지는 안양 이마트 위탁 운영(1417억원)과 수정진동자를 생산하는 크리스털사업부(189억원)가 차지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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