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평화헌법'은 어떻게 사문화되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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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 헌법 제9조를 통해서 본 또 하나의 일본
이토 나리히코 지음, 강동완 옮김
행복한 책읽기, 390쪽, 1만3000원

내달 3일은 일본 헌법기념일이다. 1947년 점령군인 맥아더 사령부의 입김하에 제정된 현행 일본 헌법은 당시 세계 최초로 비무장을 선언했기에 국내외에서 '평화헌법'이라고도 불린다. 그 핵심은 '육.해.공군 및 기타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제9조 2항이다.

원제가 '일본국 헌법 제9조 이야기'인 이 책은 이 조항의 입법 배경, 사상적 근거를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자위대 창설(1954년), 명문 개헌 실패 후의 '해석개헌', '국제공헌론'에 따른 이라크 파병 등 헌법 9조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분석한다. 이와 함께 이 조항이 동북아시아 평화공존 질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누가 왜 이를 개정하려 드는지 비판적으로 살폈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같은 일본 보수우익의 개헌운동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한다. 냉전이 심화하고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일본에 재군비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동북아 근현대사의 주요 흐름은 물론, 국제정치의 냉혹한 논리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주오(中央)대학 명예교수.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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