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방과후학교로 교육을 살찌우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만약 학업성취도나 사교육비 문제에만 집중한다면 앞으로의 방과후학교는 국·영·수·과 중심의 보충수업 일변도로 채워지고 학교 안에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방과후학교는 1995년 특기적성교육으로 시작된 방과후교실에, 2004년 수준별 보충학습과 방과후 보육이 더해지면서 여러 명칭으로 불리던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통합하여 ‘방과후학교’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부르게 됐다.

방과후학교의 목표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교의 교육기능 보완, 학교를 통한 다양한 학습과 보육으로 사교육비 부담 완화, 계층·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해 실질적인 교육복지 구현, 방과후학교를 구심점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실현이다. 학업성취도 향상이나 사교육비 절감은 이처럼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성과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방과후학교가 내실을 기하고, 이러한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자연히 학업성취도도 향상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방과후학교의 수혜를 받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수혜를 받아야 할 수혜자의 요구와 기대대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수렴해 반영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를 단순한 교육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 참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대상별 특성과 학습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학년이 낮을수록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과 보육을,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학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방과후학교의 가치가 자칫 특정한 잣대에 의해서만 평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방과후 학교의 여러 목표들을 고루 성취한 다양한 성과 사례들이 발굴되고 소개되어야 한다. 학업성취도를 높인 사례, 사교육비를 감소시킨 사례뿐만 아니라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과 소양을 증진시킨 사례,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잘 한 우수 사례 등 지역적 특성과 다양한 수혜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성과를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방과후학교 우수 사례 뒤에는 언제나 헌신하는 교사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소수 교사들의 헌신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제는 방과후학교를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을 돕는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방과후학교 담당 전문직 배치, 전직 교원이나 지역주민의 참여, 학습보조 인턴교사, 대학생 멘토 같은 다양한 지원 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지역 내 다양한 교육 관련 기관, 시설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정보와 프로그램을 교류하고 인력과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방과후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꾀해야 한다.

교과부가 학교를 중심으로 방과 후 활동을 추진해 왔다면, 다른 부처에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다양한 명칭의 방과 후 활동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부처별 연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기초자치단체와 교육청 간의 연계 체제도 부재한 실정이다. 부처나 지역을 모두 포괄하는 방과후학교 종합시책이 마련돼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지고 질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본다.

변종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방과후학교 연구팀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