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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읽을만한 예술 관련서들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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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마음을 살찌우는 가을 문턱에 성큼 들어섰다.

이른바 등화가친 (燈火可親) 의 계절이다.

땡볕 더위와 지리한 장마에 지친 심신 (心身) 을 달래기에는 역시 독서가 최고. 올 가을을 풍요롭게 장식해줄 책들이 여기 있다.

이번 가을에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대형 문화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달말 개막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세계연극제, 지난 1일에 팡파르를 울린 광주비엔날레에 이어 오는 26일부터는 세계음악제가 국내 처음으로 개최되고, 다음달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린다.

미술.음악.연극.영화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껏 '문화의 바다' 에 빠지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시기다.

그런데 문화에 대한 평소 소양이 축적돼 있으면 감상의 기쁨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 물론 문화란 눈으로, 귀로 즐기는 것이지만 누구나 '아는' 만큼 '보고 듣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대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정 수준의 지식과 판단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이런 취지에서 미술.음악등 각 장르별로 입문서를 골라보았다.

무엇보다 현대미술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심각하게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영국 미술사학자 노버트 린튼의 '20세기의 미술' (예경刊) 과 미국 미술평론가 니코스 스탠코스의 '현대미술의 개념' (문예출판사) 은 이같은 어려움을 풀어주는 책. 각각 야수파.입체주의.미니멀리즘.개념미술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비평적 관점에서 해부했다.

시공사에서 나온 '현대미술 감상의 길잡이' (필립 예나윈 지음) 는 보다 대중적 입장에서 주요 작품의 제작 동기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고대부터 최근까지 미술의 전모를 훑는데는 영국학자 E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가 제격이다 (예경.열화당) . 음악쪽으로는 음악해설가 신동헌의 '재미있는 클래식 길라잡이' 가 부담이 적다 (서울미디어) .음향기기 역사부터 협주곡.실내악, 그리고 오페라의 특징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서울대 이석원 교수의 '현대음악의 이해' 는 20세기 주요 작곡가들의 특징과 경향을 소개한 경우 (서울대) .중앙대 백대웅 교수는 '인간과 음악' 에서 말과 음악.리듬.음계.화음등 음악의 기본요소를 대학강의식으로 풀어냈다.

최근에는 '고전음악의 이해' (심설당) '새로운 클래식 감상법' (청림출판) '시네마클래식' (황금가지) 처럼 책에 CD를 붙여 펴내는 것이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는 관련서가 가장 활발하게 나오는 분야. 영화감독이자 자유기고가인 구회영의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 세 가지 것들' 이 초보자들에 알맞다 (한울) .영화의 역사와 전문용어, 미국 할리우드와 제3세계 영화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제3문학사에서 나온 '영화보기와 영화읽기' (조셉 보그스 지음) 도 음향.음악.연기.연출등 영화의 제반요소를 폭넓게 조명했다.

서울대 김성곤 교수의 '헐리웃 20세기 문화의 거울' 은 할리우드의 여러 작품을 현재 미국사회와 연결해 설명한 에세이집이다 (웅진출판) . 이밖에 서점가에는 연극.무용.만화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올 가을 이런 예술서적들을 벗삼으면 더욱 풍성하고 여유로워질 것만 같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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